"이제는 우승을 해야죠."
올 시즌 제주 유나이티드는 중하위권 내지는 다크호스 정도가 될 것이라는 축구전문가들의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제주는 돌풍을 일으켰고, 거센 태풍으로 발전시켰다. 초반 2승4무1패를 기록했을 때만 해도 '역시 제주'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이후 6연승과 5연승의 바람을 타며 제주의 성적은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렸고 1위까지 올라 오랜 기간 독주했다.
박경훈 감독은 "돌풍이라는 말에는 제주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고 봐야 한다"라며 제대로 된 실력으로 팀이 전진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시즌 내내 숨기지 않았다.
7일 제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시즌 최종전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박 감독은 "이제는 제주가 진정한 강팀이 됐다"라며 실력으로 무장한 팀임을 전했다.
우승에 대한 이야기도 처음으로 꺼냈다. 박 감독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처음으로 선수들에게 우승 이야기를 꺼냈다. 기회가 왔을 때 해내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전했다.
제주는 올 시즌 단 3패를 기록했다. 1위가 된 FC서울보다 3패나 적다. 월드컵 직전 울산 현대와 만나 조용형이 태클로 퇴장당하며 첫 패배를 기록했고 이후 FC서울과 전남 드래곤즈에 패배의 쓴맛을 본 것이 올 시즌 제주의 아픈 기억들이다.
박 감독은 "시즌 직전 6강에 들어갈지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다. 이제는 (그런 평가들을) 넘어서 선두권까지 올라섰다"라며 기적 같은 일임을 강조했다. 이어 "3패를 한 팀이 우승을 못하면 얼마나 웃기겠냐"라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사령탑의 이런 의지 때문인지 선수들은 파상공세로 인천을 압박했다. 전반 3분 배기종의 슈팅을 시작으로 선제골 의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뿜어냈다. 8분 산토스의 슈팅은 골키퍼의 벽에 막히는 등 초반부터 애타는 상황이 발생했다.
제주에 절대 유리한 상황까지 터졌다. 15분 인천 수비수 안재준이 마철준에게 거친 태클을 범해 퇴장 명령을 받았다. 수적 우세의 행운까지 따른 완벽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골은 쉽게 터지지 않았다. 다급한 제주는 후반 시작과 함께 네코와 김영신을 투입해 공격력을 강화했다.
반면 인천은 몸을 날려가며 수비에 열중했다. 최전방의 원톱 유병수를 제외하면 전원이 수비였다. 제주의 희생양이 되지 않겠다는 각오가 투지로 표현됐다.
제주에 희소식도 들렸다. 서울에 0-1로 뒤지던 대전이 박주현의 골로 1-1을 만들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제주는 후반 30분께 전광판을 통해 이 소식을 알려줬고, 경기 분위기는 최고조에 도달했다.
하지만, 독이었다. 번번이 슈팅이 골문을 벗어났다. 애타는 시간만 계속됐다. 전광판의 분침도 하염없이 45분을 향해갔다. 게다가 서울의 김치우가 2-1 승리를 확정짓는 골을 넣으면서 제주의 꿈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인천과 0-0 무승부, 헛심만 뺀 90분이었다.
2위를 확정한 제주는 오는 28일 준플레이오프를 거친 팀과 플레이오프를 통해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가린다.
조이뉴스24 서귀포=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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