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가 드디어 결승전에 임한다. 조범현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19일 오후 7시(한국시간) 아오티 베이스볼필드에서 대만과 금메달을 놓고 격돌한다.
한국팀 분위기는 매우 좋다. 4전승으로 결승까지 직행했고, B조 예선 첫 경기에서는 이미 대만을 한 차례 격파한 바 있다. 선수들은 베일에 쌓인 일본보다 대만을 상대하기를 원했고, 바람대로 금메달을 향한 수순은 착착 진행 중이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서 '야구' 종목은 한국의 독무대나 다름없다. 압도적인 전력을 구축한 한국과 대등하게 맞설 국가가 없는 탓이다. 일방적인 경기양상으로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대만과 그나마 '야구'를 할 줄 아는 중국을 제외하고는 사실 한국의 적수는 아시아에서 일본 뿐이다. 그런데 일본이 프로선수들이 모두 빠진 전력으로 참가한 관계로 한국은 사실상 독보적인 우승 후보다. 아시안게임 야구에 관심이 없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금메달 획득의 국가적 의미와 병역 혜택을 노리고 최강전력을 구축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취재 열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경기가 열리는 아오티 베이스볼필드에 모습을 드러내는 취재진은 대부분 한국 기자들이다. 종종 눈에 띄는 중국, 대만 취재진과는 달리 일본 취재진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1층에 있는 워크룸에는 어린 자원봉사자 학생들과 한국취재진간의 어색한 정적만이 감돈다.
그나마 일본과 대만의 준결승전이 열린 지난 18일에는 일본 기자들이 대거 찾아 눈길을 끌었다.
그 중 재미있는 경험이 있었다. 한 일본 기자가 다가와 말을 걸더니 추신수에 관해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병역혜택 여부와 입대를 연기할 수 있는 시기를 비롯해 한국 내의 이미지와 성격, 또 아시안게임에 임하는 자세까지 추신수에 관련된 소소한 것들을 캐물었다. '메이저리거' 추신수에게 큰 관심을 드러내면서 "(아시안게임 정도로는 추신수가) 긴장하지도 않겠다"고까지 말했다.
이는 현 일본 언론이 '야구' 종목에 쏟는 비관심의 한 단면이다. 한국과 맞붙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일본기자는 한국팀의 전력보다는 메이저리거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싶어했다. 질문 자체도 추신수의 컨디션보다는 성격이나 한국팬들의 관심도 등 그라운드 외적인 것이 대부분이었다. 태극마크를 단 추신수가 아니라 클리블랜드 소속의 추신수가 궁금했던 것이다.
일본 내에서 아시안게임은 별로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 극단적인 예로 마이니치 신문의 한 스포츠 기자는 "아시안게임에 취재를 간다고 하니 친구가 '그게 뭐냐'고 물어서 당황했다"고 허탈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현 분위기라면 한국야구는 이변없이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을 듯 하지만 '일본이 지든 이기든 상관없다'는 일본 언론의 무관심한 태도는 왠지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대화를 나눠보면 '일본이 빠져줄테니 한국이 금메달을 따라'는 뉘앙스가 진하게 느껴진다.
'대만'이 아니라 '일본'과 결승전을 치르면 좋았을 뻔했다. 일본이 관심을 가지든 말든 공식적인 기록은 남을테니 말이다.
조이뉴스24 광저우=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사진 김현철기자 fluxus1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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