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정을 달려온 홍명보호가 '피로'라는 난적을 넘지 못하고 무너졌다.
1986년 이후 24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던 한국 남자축구가 23일 오후 중국 광저우 톈허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4강전에서 연장 혈전 끝에 0-1로 패하며 금메달이 좌절됐다. 선수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빡빡한 대회 일정 속에 누적된 피로로 마지막 순간 집중력을 잃으면서 뼈아픈 결승골을 내줘 큰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경기는 UAE의 깔끔한 역습으로 시작됐다. 4분 미드필드 정면에서 알 카마리가 파울로 얻은 프리킥으로 한국의 골문을 흔들었다.
한국이 공격 기회를 노리다 한 번에 긴 패스로 골을 노렸다면 UAE는 정확한 패스로 승부를 걸었다. 지금껏 양 팀이 해오던 플레이가 뒤바뀐 느낌이었다.
이는 모두 한국의 체력 고갈이 원인이었다. 지난 19일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가며 3-1로 이겼지만 사흘의 휴식으로는 컨디션을 회복하기에 부족했다. 지난 5일 광저우에 입성해 조별리그부터 이틀에 한 번꼴로 경기를 치르는 등 험난한 여정을 견뎌온 뒤라 더욱 힘들었다.
전반 한국은 UAE보다 3배나 많은 9개의 슈팅을 시도해 골문 안쪽으로 4개(UAE 1개)가 향했다. 숫자상으로 유효슈팅이 많기는 했지만 날카로움은 UAE가 더 좋았다. 골대를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는 슛이 나오는 등 예리함이 있었다.
역습 찬스 때도 한국 공격은 밋밋했다. 미드필드와 공격수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박주영은 고립되기 다반사였다. 박주영이 개인기로 수비를 뚫어도 마무리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골로 연결되지 못했다.
문화방송(MBC) 허정무 해설위원은 "(피로가 쌓여서인지) 선수들의 몸이 무거웠다. 미드필드에서 풀어주는 패스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밋밋했다"라고 설명했다.
후반에도 비슷한 패턴은 계속됐다. 홍명보 감독은 22분 임시처방으로 체력이 좋은 서정진(전북 현대) 카드를 던졌다. 측면에서 활력소가 돼달라는 의도였다.
조별리그 2차전 선발을 제외하면 모두 교체로 나서 체력이 남아있는 서정진이 들어가면서 조금씩 한국의 공격이 풀렸고 역습도 살아났다. 그러나 수비라인이 같이 올라오지 못하면서 공격의 효율성은 여전히 떨어졌다. 33분에는 알 아무디에게 아크 앞을 휑하니 내주며 슈팅을 허용했다. 후반 슈팅수에서도 한국은 6-2, 유효 슈팅 3-1로 앞섰지만 역시 숫자에 불과했다.
90분간 뛰고도 승부를 보지 못한 한국은 연장 들자 몸이 더욱 무거워졌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 연장 혈전에 이어 이날 준결승마저 연장 승부를 벌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래도 정신력으로 버티던 선수들은 연장이 거의 끝나가 승부차기를 머리에 떠올리던 순간, 집중력을 잃고 말았다. UAE의 역습 한 방에 결승골을 내주며 무너진 것이다.
결국 연전으로 체력이 고갈되고 피로가 누적된 것이 24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빛 사냥에 나선 한국축구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며 통한의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조이뉴스24 광저우=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김현철기자 fluxus19@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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