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저녁 서울 가든호텔에서는 대한야구협회가 주관하는 '야구인의 밤' 행사가 열렸다. '야구인의 밤'은 아마 야구인들의 축제로 아마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시상식도 진행된다.
'야구인의 밤'에서 가장 주목받는 상은 '이영민 타격상'이다. 올해의 주인공은 유재혁(제물포고3, 외야수)으로, 16게임에 출전해 73타석 59타수 25안타 타율 4할2푼4리의 성적을 기록했다. 유재혁은 올해 총 대상자 878명 가운데 '리딩 히터'로 선정됐다.
"타율이 높아 내심 기대는 하고 있었죠. 상 받으러 가라는 말씀을 듣고 맞구나 했어요. 부랴부랴 어제 광주에서 올라왔어요. 와보니 너무 좋네요.(웃음)"
2011 신인드래프트 전체 41번으로 6라운드에 KIA의 지명을 받은 유재혁은 광주에서 훈련 중 수상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수상 소감을 밝힌 뒤 불쑥 지난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왜 제가 청소년대표에 뽑히지 못했을까요? 그게 전 아직도 궁금해요. 시즌 초부터 목표로 삼아 왔는데. 이 상을 받고 보니까 다시 생각나고 또 속상해지네요."
유재혁은 180cm 68kg의 호리호리한 체격이지만 넓은 수비력을 자랑하는 외야수. 우투우타로 장타보다는 짧게 끊어 치는 교타자 쪽에 가깝고 빠른 발로 도루 성공률도 높은 전형적인 1번 타자감이다.
분명 청소년대표의 자격은 충분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는 최종엔트리에서 탈락됐고, 그것이 그의 가슴에 지금도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다.
유재혁은 낙마의 아픔을 제8회 미추홀기대회에서 제대로 본때를 보였다.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을 뿐만아니라 타격 1위(14타수 7안타) 최다 타점(6타점) 최다안타(7안타) 등 3관왕을 휩쓸었다.
"더 이를 악물고 매 타석마다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달려들었죠. 오기가 생기더군요. 제가 좀 독하거든요."
그는 신인드래프트 때 태극마크를 달았던 선수들이 비교적 앞번호에서 지명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또 한번 아쉬움을 느꼈다고 전했다.
9월 중순부터 KIA에 합류해 훈련에 참가하면서 유재혁은 프로무대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훈련량도 많고 수준도 다르고 아직 제가 힘이 많이 부족해서 따라가기 힘든 게 사실이죠. 그래도 다 해낼 겁니다. 자신 있어요."
유재혁은 광주라는 낯선 곳에서 객지 생활을 홀로 견뎌야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면서도 그것이 성공을 향한 자신의 꿈을 결코 가로막진 못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1년, 아니 2년 안에 꼭 신인왕을 타고 싶어요. 항간에는 이영민 타격상의 저주니 뭐니 하는 얘기가 있지만요. 그건 각자 하기 나름인 거 같아요. (김)현수 선배님도 있고 (최)정 선수도 있잖아요. 앞으로 팀 내 (이)용규 선배님 보다 더 잘하는 외야수가 돼서 팀 우승에 힘을 보태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한편 이날 행사에는 '특별상' 수상자 추신수의 참석으로 예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취재진이 출동했다. 그 속에서 유재혁의 존재감은 미약했다. 메이저리거이자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영웅'에게 쏠리는 관심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
유재혁은 이날 행사의 막바지 기념 떡커팅식 순서에서 추신수와 잠시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가졌는데 추신수로부터 '어느 학교냐? 타율이 얼마나 되느냐? 축하한다'는 등 짤막한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유재혁은 대스타를 가까이에서 직접 볼 수 있었다는 기쁨도 컸지만 정작 행사가 끝난 뒤에는 알 수 없는 허탈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오늘 이 시상식은 이영민 타격상이 주인공 아닌가요? 전 완전 묻혔네요."
이름값에서나 연봉, 인지도 등은 물론이고 심지어 체격에서도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 없는 감히 비교 대상조차 되지 않는 말 그대로 '유망주'일 뿐이기에 상황이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속이 상한 듯했다.
의기소침해진 그에게 '추신수도 받아 보지 못한 상'이라면서 '오늘을 잊지 말고 꼭 성공하라'며 그의 오기를 자극하는 위로의 말을 해줬다.
이제 18살. 추신수보다 딱 10년 어리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젊음이라는 큰 자산을 바탕으로 유재혁도 추신수를 뛰어넘는 최고의 타자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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