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이 공식적으로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맨이 됐다. 이승엽은 10일 밀레니엄 서울힐튼 호텔에서 열린 오릭스 버팔로스 입단 기자회견에 참석해 요미우리 시절의 아쉬움과 2011 시즌의 각오를 밝히면서 주먹을 불끈 거머쥐었다.
이날 오릭스 구단 측은 이례적으로 무라야마 구단 본부장과 매리언 로버트슨 구단 고문이 한국을 찾아 이승엽과 함께 공식 회견에 참석했다. 향후 일본에서도 별도로 이승엽 기자회견을 열 계획임을 감안하면 분명 파격적인 배려다. 공식홈페이지에 한국어로 이승엽 입단 환영인사까지 게재할 정도로 오릭스 구단은 '아시아의 거포' 영입에 반색하고 있다.
이 자리서 무라야마 본부장은 "이승엽 선수의 높은 기술력과 훌륭한 인간성을 높게 평가했다"며 리그 우승과 함께 팀 화합을 위해 이승엽을 선택했음을 수 차례 강조했다.
특히 이승엽은 기자회견 내내 조금씩 요미우리 시절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바로 출장 기회다. 이승엽은 요미우리 시절 출장기회를 많이 받지 못했고, 또 이를 살리지 못해 2군에 계속 머무른 상황을 되돌아보며 설욕까지 다짐한 것이다.
먼저 이승엽이 요릭스를 선택한 것 자체가 바로 출장기회의 보장이었다. 이승엽은 "계약 조건에 돈 문제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다만 우선 센트럴리그에 남고 싶었고, 100퍼센트 컨디션으로 계속 출장할 수 있는 팀을 찾고 싶었다"며 "하지만 다른 팀은 1루수가 다 차있어서 어쩔 수 없이 퍼시릭피그를 생각했다. 그리고 오릭스가 가장 출장기회를 많이 줄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했다. 결정에 후회는 없다"고 전했다.
물론 이승엽은 요미우리에게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는 "요미우리에서 5년을 뛰는 동안 만감이 교차할 정도로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다. 보살펴주신 요미우리팀에게 감사드린다"며 "주위에서 찬스가 부족하지 않았나 그런 말을 들었지만, 내 개인의 문제라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아쉬움은 뒤로 묻어두고 설렘과 기대감으로 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말을 이어갈수록 아쉬움은 더욱 진하게 묻어나왔다. 설욕에 대한 의욕까지 드러내기도 했다. 이승엽은 "전경기 출장에 30홈런 100타점을 치고싶다. 요미우리서 계속 2군에 있었던 것이 잘못된 부분이었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겠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오릭스 무라야마 본부장은 구단 측이 이러한 이승엽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음을 전했다. 그는 "최근 2, 3년간 요미우리서 기회가 상당히 적었고, 때문에 그의 진정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승엽은 수비도 잘하고 배팅스윙도 높은 레벨이다. 스피드도 빠르다. 오프시즌 트레이닝만 잘하면 나름의 성적을 내줄 것"이라며 "144경기인데 수비 및 배팅에서 모두 제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전경기 출장도 가능함을 언급했다.
이날 이승엽은 차분하게 요미우리 당시의 힘겨웠던 날들을 회상하면서 부활과 함께 설욕을 다짐했다. 출장기회 면에서 이승엽은 분명 상당히 불만이 많았고, 아쉬움도 컸다. 그런 이승엽이 이제 그 대목을 이해해주는 구단을 만났다. 2011 시즌 이승엽은 일단 기회만큼은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조이뉴스24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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