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이 저기 보이는데, 오르셔야죠."
7일 괌으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하루 전인 지난 6일,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단은 신년 각오를 다지며 강화도 마니산 등반을 했다. 지난해에는 선수단만 올랐지만 올해는 팬들이 함께 해 의미 두 배의 산행이었다.
운동을 해오며 몸 관리를 한 선수들답게 해발 469m의 마니산은 어렵지 않은 코스였다. 그러나 눈덮인 마니산은 체력 소모를 두 배로 만들었고, 동행한 팬들이 중도에 정상 정복을 포기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정상을 20m 정도 앞두고 잠시 휴식을 취하던 기자를 발견한 허정무 감독은 "정상에 다 왔는데 올라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독려했다. 허 감독은 "정상에 오르면 정말 좋다"라고 달콤한 유혹(?)의 말도 던졌다.
허정무 감독이 눈 앞에 보이는 정상을 포기하지 말라고 강조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선수단과 마니산 정상에 오른 허 감독은 "올 시즌 목표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며 선수들에게 목표의식을 심어줬다. 목표를 포기하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분명히 따라온다는 믿음을 알린 발언이었다.
보통 우승을 해야 정상을 정복한 것으로 여기지만 인천에게 올 시즌 정상은 6강 진입이다. 허 감독도 낮은 정상부터 정복한 뒤 다음을 향해 '호시우보(虎視牛步-호랑이의 눈으로 날카롭게 사물을 보고 소처럼 신중하게 걸음한다)' 하겠다는 의지로 뭉쳐있다.
전지훈련을 하루 앞두로 산행을 한 이유에 대해 허 감독은 "새로 시작하는 인천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잘라 말했다. 똑같이 산행을 했지만 그냥 의미없이 올랐던 것과 목표를 가지고 오르는 것은 다르다는 뜻이다.
산행에 참가했던 한 선수도 "지난해에는 그냥 의례적으로 하는 과정이려니 생각하고 올랐지만 올해는 무엇인가 해보자는 의지들로 뭉쳐있다. 정상에 올라 아래를 내려보며 쉽게 포기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괌 전지훈련에서는 혹독한 체력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 시즌 중반 인천에 부임한 허 감독은 체력 저하가 11위로 내려앉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체력이 떨어지니 목표가 흐릿해지며 상실감으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허 감독은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발전해 목표를 쟁취한다는 의미로 사자성어 '교학상장(敎學相長)'과 '일취월장(日就月將)'을 꺼내들었다. 팀플레이에 강한 팀을 만들어 지난해보다 훨씬 나은 성적을 내겠다는 각오가 반영된 사자성어다.
아직 인천의 선수단 개편 작업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허 감독은 부인했지만 김남일(톰 톰스크)의 영입 가능성도 남아있고, 외국인 선수 수혈을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목표의식으로 뭉친 새로운 인천을 기대해 달라는 것이 선수단을 이끌고 산 정상에 오르는 것으로 새 시즌을 연 허 감독의 뜻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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