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부상으로 2011 아시안컵 출전이 좌절된 박주영(26, AS모나코)의 대안으로 구자철(21, 제주 유나이티드)이 화려하게 떠올랐다.
구자철은 11일 새벽(한국 시간) 카타르 도하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1차전 바레인과의 경기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혼자 두 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당초 조광래 감독은 지동원(전남 드래곤즈)을 원톱에 배치하고 처진 공격수로 박주영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박주영이 지난달 23일 FC소쇼와의 소속팀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다 오른쪽 무릎 연골 부상을 당해 대표팀에서 낙마하면서 조광래 감독의 고민은 깊어갔다.
조 감독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전지훈련 중 시리아와 평가전에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움직임을 자유롭게 가져가는 '박지성 시프트'를 시도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머리를 쓴 끝에 최종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구자철의 공격형 미드필더 배치였다. 구자철은 지난해 K리그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나서 12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조율사 역할에 주력했다. 그러나 5골을 넣는 등 득점력도 과시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주장으로 공수를 조율하며 3골을 터뜨리는 등 대표팀의 중심에 있었다.
때문에 조 감독은 4-2-3-1 전형에서 구자철을 지동원 아래 배치했다. 뒤에서 기성용(셀틱)-이용래(수원 삼성)가 1차 저지선 역할을 하는 만큼 공격 진영에서 상대를 교란하는 역할을 구자철에게 맡겼다.
효과는 드러났다. 경기 시작 2분 만에 아크 오른쪽에서 상대의 파울을 얻어내며 예리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이후 24분 이청용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날카로운 왼발 슈팅으로 바레인의 마흐무드 만수르 골키퍼를 깜짝 놀라게 했다.
상대에 부담을 주는 움직임은 40분 첫 골로 이어졌다. 기성용이 낮게 패스한 것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받아내 지체없이 슈팅, 수비수에 맞고 굴절되며 골맛을 봤다. 전반이 끝나기 전에 얻은 골이라 효과는 만점이었다.
흥에 겨운 구자철은 후반에도 열띤 움직임으로 추가골 사냥에 나섰다. 7분 차두리가 아크 오른쪽에서 묵직하게 시도한 슈팅이 골키퍼에 맞고 흘러나오자 달려들며 가볍게 차 넣어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리바운드 되는 볼의 위치를 잘 파악한 탁월한 위치선정 결과였다.
좋은 활약을 보인 구자철은 33분 염기훈과 교체되며 벤치로 물러났다. 51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향한 한국대표팀의 먼 여정이 이제 시작됐지만 구자철 활용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게 된 경기였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