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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백자건, 특급 자줏빛 전사와 국가대표를 꿈꾸다


원조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은 매 시즌을 앞두고 연습생들을 불러 집중 테스트한다. 연봉 1천2백만 원의 드래프트 번외지명조차 받지 못한 이들 연습생들에게는 '프로'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면서 동시에 구단은 '대박'이 될 만한 흙 속의 진주를 건져 전력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대전은 종종 번외지명과 연습생 테스트를 통해 괜찮은 이들을 발굴했다. 지난해 제주 유나이티드 준우승 돌풍에 한 몫 했던 배기종이 그랬고 올 시즌을 앞두고 수원 삼성으로 이적한 이경환이 연습생 신화를 썼다.

조선족 출신 백자건, '자줏빛 조커'로 거듭날 준비중

올 시즌에는 중국 슈퍼리그 충칭 리판 소속이었던 백자건(19)이 또 하나의 성공 신화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대전의 중국 광저우 전지훈련에서 입단 테스트를 통과해 한국 축구와 인연을 맺은 백자건은 현재 실시되고 있는 대전의 남해 마무리 훈련에서는 '조커'로 거듭날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아시아 쿼터제로 대전에 입단하게 된 백자건은 스피드와 잔기술이 괜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이지만 측면 공격수로도 나설 수 있어 왕선재 감독은 후반 경기를 뒤집는 카드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족 아버지와 조선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백자건은 고향 선양에서 알아주는 축구 영재였다. 다섯살 때 축구를 시작한 백자건은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선양에서 각종 대회에 나가면 우승을 휩쓸었다.

당연히 연고팀 선양 동진에서 그를 눈여겨봤고 유소년팀 영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백자건은 더 이상 축구를 하지 않고 육상 선수로 전환했고 이 때 키운 스피드가 100m를 10초65에 주파하는 민첩함으로 연결됐다.

다시 축구로 돌아오게 된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받은 선양 입단 테스트가 계기였다. 스피드와 기술을 눈여겨본 선양은 그의 입단을 허락했지만 한족 중심의 팀 문화에서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다른 팀을 알아보던 도중 이장수 현 광저우 헝다 감독이 이끌던 충칭 리판에서 테스트 기회를 얻었고 1천대 1의 경쟁 끝에 입단에 성공했다.

"K리그가 중국보다 스피드가 빠르고 자신감도 좋던데요"

그러나 '조선족' 출신이라 무시를 당하기 일쑤였다. 당시 팀을 지휘하던 리수빈 감독은 실력 중심의 선수 기용에 무게를 맞췄고 백자건을 교체 요원으로 중용하려 했지만 일부 주도권을 쥐고 있던 선수들이 구단 지휘부에 강하게 압력을 넣어 불만을 표시했다.

기존 선수들 및 비싸게 영입한 외국인 선수에게 기회를 주라는 압력이었고, 이런저런 이유로 리수빈 감독은 팀을 떠났다. 백자건이 할 수 있는 일은 지난해 입단한 한국 올림픽대표팀 출신 조세권의 적응을 돕는 것이었다. 훈련 때는 조세권의 파트너이면서 통역 역할까지 두 가지를 소화했다.

백자건은 "리수빈 감독이 사임하고 지휘봉을 잡은 새 감독이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당연히 기회가 없었다"라며 복잡하게 돌아갔던 당시의 기억을 전했다.

운 좋게도 백자건은 조세권의 에이전트를 통해 K리그와 연을 맺게 됐다. 마침 리웨이펑(전 수원 삼성), 펑샤오팅(전 전북 현대) 등 중국 대표 선수들이 K리그에서 활약하면서 이들 소속팀의 경기를 TV로 자주 접했다. 지난해 3월에는 경남FC의 홈 개막전을 직접 관람하고 자신과 비슷한 포지션에서 활약하는 윤빛가람, 이용래에게 강한 인상을 받기도 했다.

백자건은 "K리그는 중국과 차이가 확실하다. 수비와 스피드가 다르더라. 한국이 훨씬 빠르다. 특히 지고 있는 상황에서 후반 25분이 지나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더라"라고 느낀 점을 전했다.

한국어 공부중인 백자건의 최종 목표는 '국가대표'

백자건이 이런 판단을 한 데는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접했던 K리그 팀들의 경기력이 한 몫 했다. 특히 지난해 3월 23일 베이징 궈안이 조별리그 3차전 성남 일화와의 경기에서 1-0으로 앞서다 후반 33분부터 내리 세 골을 내주며 1-3으로 역전패했던 것이 머릿속에 제대로 남았다.

좋은 느낌을 안고 대전에 온 백자건은 훈련 문화에도 충격을 받았다. 그는 "중국은 개인 위주로 돌아간다. 그런데 한국은 모두가 '파이팅'을 외치며 훈련을 한다. 조금이라도 딴 짓을 하면 선참 선수가 집중하라고 소리친다"라며 전체를 생각하는 한국의 훈련 문화가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백자건의 꿈은 국가대표가 되는 일이다. 한국, 중국으로 명확하게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현실적으로는 중국 대표가 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K리그에서 멋지게 뛰는 모습을 보여 반드시 이름을 알리겠다는 것이 그의 소원이다. 당장 내년 런던 올림픽대표팀에 선발되는 것이 그의 우선적인 목표다.

훈련을 통해 동료와 호흡이 서서히 맞아가고 있다며 만족스러움을 나타낸 백자건은 "기회가 오면 골이나 도움 등 공격포인트를 해내고 싶다"라며 머릿속의 계획을 꺼냈다. K리그에 진출해 즐거워하는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최초의 조선족 성공 스토리 주인공이 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조이뉴스24 남해=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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