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K리그 개막을 보름여 앞두고 대전 시티즌은 남해 전지훈련에서 하루에 한두 차례씩 연습경기를 통해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조직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에는 중국 슈퍼리그 창춘 야타이와 연습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대전의 0-1 패배. 4-2-3-1 포메이션에 기반을 두고 전술을 가동했던 대전은 상대의 거친 수비에 선수들이 자주 그라운드에 나뒹구는 등 위험한 장면을 어렵게 넘기다 한 순간 수비 공간을 내주면서 실점했다.
그래도 왕선재 감독이나 선수단은 괜찮다며 서로 다독였다. 연일 연습경기를 하느라 체력이 바닥을 친 데다 갑자기 바람이 거세지면서 체감온도까지 떨어졌다. 당연히 집중력도 흐트러져 패스 미스를 연발했다.
왕 감독은 "왜 주심에게 손을 들어 오프사이드가 아니냐고 항의하느냐"며 쓸 데 없는 행동을 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또, "과감하게 상대와 경합하라"며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주문했다.
대전은 지난 시즌 후 풀백 우승제와 측면 공격수 이경환이 수원으로 이적했고 수비의 중심축 황지윤이 상무에 입대했다. 미드필드의 핵 권집은 재계약을 하지 않는 등 걱정거리가 태산이다.
때문에 왕선재 감독은 재능있는 선수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수비와 미드필드가 촘촘하게 서서 방어를 잘해주며 버티고 공격에서 해결을 해준다면 적어도 경기마다 승점 1점 이상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왕 감독이 기대하는 선수 중에는 중국 한족 아버지와 조선족 어머니를 둔 백자건(19)이 있다. 그동안 몇 차례의 연습경기를 소화했던 백자건은 창춘과의 이날 경기 전반 20분 교체로 나섰다.
고교 시절 육상 선수로 전업을 하기도 했던 백자건은 100m 최고기록 10초65에 걸맞은 스피드로 창춘의 측면을 헤집었다. 측면 공격수로 나선 백자건은 볼을 잡으면 순식간에 터치라인을 따라 전진하며 상대 수비를 따돌렸다.
아직 한국 축구에 적응하는 단계라 전술적인 면에서 부족함은 있었지만 볼을 상대에 뺏기지 않는 드리블은 인상적이었다. 서투른 한국어로 인해 왕선재 감독이 "자건아, 안으로 좁혀들어가"라고 소리를 치는데도 서서히 움직일 정도로 이해가 필요했다.
그래도 볼 주위를 맴돌거나 동료와 볼을 주고받으며 공간을 침투하는 움직임은 괜찮았다. 여기저기서 '잘 키워내면 최태욱(FC서울)같은 스타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도 터져나왔다.
백운기 전력강화팀장은 "보통 스프린터들은 세 발가락이 지면과 닿으면서 러닝 속도를 조절한다. 그런데 백자건은 발바닥까지 다 닿음에도 불구하고 방향 전환은 물론 속도의 강약을 자유롭게 조율한다"라고 탁월한 스피드를 극찬했다.
일단 대전은 백자건이 열아홉의 나이에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함을 감안해 즉시전력이 아닌 확실한 '조커' 임무를 부여할 생각이다. 너무 급하게 많은 것을 주문하면 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왕선재 감독도 "기량이 있는 만큼 잘 자라줬으면 좋겠다. 현재보다는 미래를 내다본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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