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딸기야 그렇지~ 그렇게 던져야지. 아니야 좀더 자신감 있게 뿌려~"
두산 베어스의 지난 일본 전지훈련 중, 사이토 구장서 벌어진 야쿠르트 2군과의 연습경기 때 들려온 말이다. 8회 등판했던 이재학이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오자 지켜보는 구단 관계자들은 '아빠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김승영 단장과 김태룡 이사를 비롯해 당시 심판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던 최규순 심판원까지 '딸기'를 외치며 이재학을 응원했다. 이재학은 그야말로 '만인의 귀염둥이'였다.
이재학은 대구고 출신으로 2010년 두산에 2라운드(전체 10번) 지명을 받아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투수다. 180cm에 76kg으로 큰 덩치는 아니지만 투구시 힘을 제대로 실을 줄 아는 우완 사이드암.
하지만 데뷔 첫 해였던 지난 시즌 16경기 계투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5.01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마운드 위에서 쫓길 때면 긴장감을 숨기지 못했고, 도망다니는 피칭으로 진땀을 흘렸다. 이재학은 "항상 자신감을 가지자고 생각했지만 잘 안되더라"고 지난해의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경기력 외에 이재학은 외모로도 주목받고 있다. 아직까지 여드름이 가시지 않은 앳된 얼굴과 조용조용 말하는 대구 사투리로 이재학은 선배들로부터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선수들뿐만 아니라 구단 수뇌부와 심판들에게도 이 앳된 외모가 통한다는 점. 최규순 심판이 본부석에서 이재학을 응원하자 김태룡 이사는 "반갑긴 한데 이거 심판이 이러면 되냐"고 농담을 던졌고, 최 심판은 "귀여운데 어떡하겠느냐"고 받아치는 장면까지 연출될 정도다.
두산 선수단 내에서 이재학의 별명은 '딸기'다. 홍조증에 여드름까지 있는 얼굴이 영락없는 '딸기'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코칭스태프는 입단 1년이 지난 요즘에는 여드름이 많이 없어진 이재학을 보고 "딸기 씨가 다 빠졌네"라고 칭찬(?)하기도 한다.
어찌보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별명이지만 이재학은 오히려 싱글생글이다. 잊혀지는 선수들이 많은 상황에서 존재감을 어필할 수 있는 별명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웃는다.
이런 이재학의 모습에 일본 여성팬도 생겼다. 두산의 전지훈련지에 무리지어 나타나 눈길을 끈 열혈 일본 여성팬들 중에는 이재학을 응원하는 이도 있었다. 이유는 물론 '귀여움' 때문이다.
이재학은 "관심이 있어서 그렇게 불러주시는 것 아니겠느냐, 신경도 안쓰는 선수에게는 그런 모습도 없다"며 "기분 나쁘지 않다. '딸기'란 별명이 어감도 괜찮다. 그것보다 나쁜 별명도 많았는데... 욕도 아닌데 괜찮다"고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기력. 이재학은 "매번 말하는 것이긴 한데, 전지훈련에서도 느꼈다. 바로 자신감"이라며 "어떤 상황이든 자신있게 당당하게 던져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올해는 더욱 자신감 있게 공을 뿌리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