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국 감독이 이끄는 배드민턴 대표팀은 유럽 3개국을 거치는 근 한 달간의 대회 출전 일정을 잡고 지난달 26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독일오픈을 시작으로 전영오픈과 스위스오픈으로 이어지는 긴 레이스에 출격하는 총 21명의 배드민턴 대표선수단 속엔 올해 첫 프리미어급으로 격상해 개최되었던 '2011 빅터코리아오픈 슈퍼시리즈' 여자단식 4강에 오른 성지현(20. 세계랭킹 26위)도 포함되어 있었다.
성지현은 16강전에서 국내 1위 배연주(세계 8위)를 맞아 2-1 역전승을 따냈고, 8강전에선 1번 시드를 받은 중국의 왕신(세계 3위)을 2-1(11-21, 21-9, 21-19)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결승행을 눈앞에 뒀던 성지현은 세계2위 왕이한(중국)과도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1세트에선 일방적인 공세에 밀려 세트를 내줬지만 초반 주도권을 잡은 2세트는 리드를 놓치지 않으며 따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파이널 세트에서는 13-20으로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내리 5점을 뽑아내는 집중력을 발휘하며 피말리는 접전을 펼치기도 했다.
끝내 아쉽게 역전을 하지 못한 채 1시간 10분간의 긴 혈투 끝에 1-2(5-21 21-18 18-21)로 아쉽게 무릎을 꿇었지만,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받던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한층 성숙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더불어 중국이라는 큰 산도 충분히 넘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이미 전년도 이 대회 준우승을 경험했던 성지현은 당시에도 세계랭킹 3위 티네 라스무센(덴마크), 13위 야오지(네덜란드) 등 상위랭커들을 차례로 물리치는 이변을 일으키며 결승에 오른 바 있다. 당시 결승에서 왕스셴(중국)에게 0-2(10-21 23-25)로 패해 중국의 벽을 넘지 못했던 터라 꼭 1년 만의 재도전 결과는 남다른 의미로 여겨졌다.
"글쎄요... 올해 첫 대회였던 코리아오픈을 계기로 출발은 괜찮은 거 같아요. 코리아오픈 때처럼 열심히 뛰어서 좋은 성적 거두고 오는 것이 목표죠.(웃음)"
출국 수속을 마친 뒤 게이트로 향하는 선배 언니, 오빠의 무리를 뒤따르던 성지현은 '코리아오픈 때만큼'이라는 짧지만 함축적인 말로 유럽 3개 대회에 나서는 각오를 밝혔다.
"아무래도 가장 큰 대회인 전영오픈에 집중해야겠죠. 최고의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만큼 제 실력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무대가 될 거 같아요."
한 달 가까이 되는 긴 시간을 투자해 대회에 연속 나서는 만큼 가능한 한 경기라도 더 이겨 많은 경험을 두루 쌓고 싶다는 욕심도 내비쳤다. 허리와 종아리 쪽에 부상이 있긴 하지만 치료사도 함께 출국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무조건 성적을 내고 오는 것이 목표죠. 솔직히 국내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을 했으면 좋았을텐데, 지금도 너무 속상하고 아쉬워요.(웃음) 그래서 전영 오픈에서 다시 정상에 도전해 보려구요. 4강요? 아니 우승까지 하려구요.(웃음)"
나이답지 않게 항상 진지하고 신중한 편이며 말수도 적은 성지현의 입을 통해 거침없이 '우승'이라는 단어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스스럼없이 의외로 높은 목표치를 밝혀 처음엔 기자의 귀를 의심했다. '진짜요? 우승하고 돌아오겠다는 걸로 믿고 있을 거에요!' 기자는 은근한 압력을 가해 확실한 본인의 의지를 재확인했고, 이에 성지현은 "알겠어요!"라고 즉각적이고도 명쾌한 반응을 보이며 한 번 더 투지를 불사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신적으로나 실력에서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며 배시시 웃는 성지현의 얼굴엔 이미 화사한 봄기운이 완연해 더욱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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