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축구대표팀은 지난 27일 중국과 친선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지만 팬들의 시선은 냉담했다. 생존 경쟁이라는 화두에 매달린 나머지 선수들이 패스는 안하고 개인기를 부렸다는 반응부터, 주요 선수들이 빠져서 시원한 경기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이야기들이 인터넷 축구관련 게시판을 수놓았다.
실제 경기력이 그랬다. 골을 넣은 김동섭(광주 상무)을 제외하면 확실하게 눈에 띄는 선수가 없었는데다 지동원(전남 드래곤즈), 윤빛가람(경남FC) 등 주전급 자원들은 A대표팀과 일정이 겹쳐 빼오기 힘들었다. 골 결정력도 떨어졌고 몇 차례 시도한 슛은 중국 왕다레이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그나마 중앙 미드필더 김귀현(벨레스 사르스필드)이 주목을 받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아직 검증이 덜 됐다. 팀플레이는 부족했지만 개인이 가진 기술은 잘 발휘했다"라며 경기력 평가에 애매한 반응을 보였다.
때문에 홍명보 감독은 오는 6월 2012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전까지 최대한 선수 발굴에 집중하며 기존 선수와 호흡을 맞춰 조직력 끌어올리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각급 대표팀 중복시 A대표팀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교통 정리에 나서면서 홍 감독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30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아시아축구연맹(AFC) 본부에서 열리는 2차 예선 조추첨 결과에 따라 한국은 초반부터 진땀을 흘려야 할지도 모른다.
일본, 호주 등 강호와 A포트에 속한 한국은 편하게 예선을 기다린다. 그렇지만 이란, 쿠웨이트, 태국, 말레이시아 등 껄끄러운 팀과 한 조에서 만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중동팀과 만날 경우 장거리 원정이라는 부담까지 생긴다.
상대에 따라 전략을 짜는 것도 머리가 아픈 일인데 일부 A대표팀과 겹치는 선수들에 대한 동기부여도 쉽지 않다. 성인대표팀에 적응하다 하위팀으로 내려온 선수는 자세부터 달라진다는 것이 축구계의 인식이다. '내가 A대표팀 정도의 선수인데 올림픽팀에서 뛸 그릇은 아니다'라는 일종의 자만이 마음속에 자리잡기 쉬운 탓이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홍 감독을 보좌했던 현 A대표팀 서정원 코치는 조광래 감독에게 "A대표팀에 포함됐던 몇몇 선수는 확실히 태도가 불성실했다"라고 전하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지난 중국전에 나섰던 B선수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는 지인들을 통해 "A대표팀에 올인하겠다. 올림픽대표팀과는 다소 괴리감이 있다"라며 합류하기 싫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 말을 전해들은 B선수의 아버지가 "올림픽대표팀에서 더 배워야 하는데 무슨 소리냐"라며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 60여명 정도의 대표선수 후보 프로필을 가지고 있는 홍명보 감독은 대학 선수들에게 눈을 돌릴 계획이지만 이들이 주전급으로 나선다는 보장은 없다. 때문에 홍 감독은 "기존 선수들의 컨디션을 확인하겠다"라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을 나타냈지만 상황 자체가 쉽지 않다.
자칫 소속팀에서 부상이라도 입으면 정답을 찾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6월까지 K리그는 정규리그, FA컵, 컵대회, 챔피언스리그 등 빡빡한 경기를 이어간다. 이래저래 홍 감독은 어려운 처지에 빠져 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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