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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김귀현 위해…산소호흡기 차고 조용히 응원한 아버지


[이성필기자] 산소호흡기를 차고 그라운드를 응시하던 아버지는 아들이 등장하자 살짝 손을 들어올렸다. '내 아들이 저곳에 있구나'라며 불러보려는 듯한 손짓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과 중국 올림픽대표팀 간 친선경기가 열린 27일 오후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스카이박스 한 쪽 임시로 마련된 지휘통제소에 휠체어를 탄 남성이 보였다.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올 시즌부터 아르헨티나 1부리그에서 활약하게 된 미드필더 김귀현(21, 벨레스 사르스필드)의 아버지 김직(69) 씨가 어머니 박영덕(59) 씨와 경기장을 찾은 것이다.

김귀현은 2004년 남해축구클럽에서 활약하다 아르만도 마르티네스 코치의 눈에 들어 아르헨티나로 축구유학을 떠났다. 2009년 2군 주장으로 리더십을 보여줬고 올해 3년 계약으로 1군 정식 계약에 성공했다. 홍명보 감독도 김귀현의 플레이를 동영상으로 살핀 뒤 가능성을 크게 평가하며 올림픽대표팀으로 불러들였다.

김귀현의 부모는 청각 장애를 갖고 있다. 그런 가운데 아버지 김 씨는 만성 폐질환으로 힘겨운 투병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의료진은 김귀현에게 언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마음 단단히 먹고 준비하라고 할 정도로 병세는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태다.

그런 아버지가 단 한 번도 아들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장면을 보지 못해 큰 마음을 먹고 고향 전라남도 신안군 임자면 임자도에서 출발해 울산을 찾았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만큼 섬에서 응급차로 출발해 경기 전날인 26일 도착, 울산대학교 부속병원에서 검진을 받고 하루를 머문 뒤 김귀현의 외삼촌 박광운(44) 씨의 부축을 받으며 아들이 뛰는 경기를 관람했다.

부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외삼촌 박 씨는 "대한축구협회에서 올림픽대표팀에 발탁됐다는 통보를 듣고 너무나 놀랐고 기뻤다. 섬 전체의 경사였다"라고 김귀현이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당시를 회상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김귀현의 고향 주민 50여명도 관광버스를 타고 울산을 찾아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신안 임자도가 낳은 아들', '김귀현 힘내라'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90분 내내 한국대표팀과 김귀현을 응원했다.

당초 김귀현은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할 뻔했다. 올 시즌 1군에서 6경기를 선발로 나서면서 주전으로 자리잡아 팀에서 대표 차출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 그러나 김귀현이 적극적으로 나서 대표팀에 대한 열망을 표현했고, 팀에서도 귀국을 허락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 수 있었다.

박 씨는 "(부모) 두 분 모두 처음 귀현이의 경기를 보는데 잘 뛰었으면 좋겠다. 나중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최선을 다해 뛰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간절한 바람이 통했는지 김귀현은 선발 멤버로 출전해 후반 6분까지 열정적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중국의 거친 플레이에 정강이를 부여잡고 쓰러지기도 했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관중도 그의 저돌적인 플레이에 박수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조이뉴스24 울산=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김현철기자 fluxus19@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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