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강원FC 김상호(47) 신임 감독의 방에는 전국 각지의 지인들이 보내온 난으로 가득하다. 오랫동안 2인자 역할을 해오다 1인자인 감독이 되면서 축하와 격려 차원에서 보내온 축하 난이다. 낯선 경험에 김 감독은 난을 방에 모두 배치했다가 눈이 충혈되는 등 살짝 고통(?)을 겪었다.
2009년 강원 창단과 함께 초대 사령탑에 올랐던 최순호(49) 감독이 올 시즌 시작 후 무득점 4연패에 빠지면서 전격 사퇴한 뒤 수석코치였던 김상호 감독은 '대행' 꼬리표 없이 팀을 맡아 선수단을 지휘하게 됐다.
김 감독은 지난 10일 문수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의 K리그 5라운드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결과는 0-1 패배. 팀은 5연패에 빠졌고 여전히 골맛은 보지 못했다. 신임 감독 임명이라는 강원의 처방은 일단 한 경기만 놓고 볼 때 통하지 않은 셈이다.
그래도 김상호 감독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전임 최순호 감독이 추구했던, 공격 축구에 기반을 둔 '이상축구'를 큰 틀에서 흔들림없이 이어가겠다는 명확한 생각을 밝혔다. 연패에 빠진 팀을 구하기 위해 승리만을 추구하는 '실리 축구'에 대한 유혹도 있을 법했지만 절대로 흔들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12일 오후 강릉시 강남축구공원 내 강원FC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김상호 감독 취임 기자간담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마음을 알고 싶다"라며 우선 소통을 강조했다.
아직 승리와 득점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선수가 안정을 찾았고 자신감 있는 플레이도 하고 있다. 선수들의 열정이 경기장과 훈련장에서 나타나고 있다"라며 희망 섞인 반응을 보였다.
최순호 전 감독의 '이상축구'를 이어받으면서 작은 변화를 추구하겠다고 전한 김 감독은 "이상축구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미 유럽에서는 다 하고 있는 축구다. 세밀한 패스와 공격적인 플레이가 이상축구"라고 규정했다.
가장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인 골 결정력에 대해서는 "골지역까지는 잘 만들어 나가고 있지만 과감한 마무리 슈팅이 부족하다"라며 이 부분을 보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자신만의 비전도 공개했다. 세밀한 패스를 통한 공격적인 플레이를 바탕으로 안정된 수비 구축이 이뤄지면 최상의 팀 분위기가 만들어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생각했다. 이후 팀이 안정궤도에 오르면 5~6월 사이 자신의 구체적인 목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서동현-김영후 투톱 체제에 대해서는 변화를 예고했다. 둘의 성향이 조금 다르다고 설명한 김 감독은 "대체 자원으로 윤준하나 이창훈을 고려하고 있다. 2군에서도 장혁진이 성장하고 있다"라며 내부 경쟁이 계속될 것임을 선언했다.
김 감독은 1983년 멕시코 청소년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다. 프로 경력은 포항 아톰즈에서 데뷔해 1994년까지 활약한 뒤 이듬해 전남 드래곤즈의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1998년까지 뛰었다. 1999년 호남대 코치로 지도자 데뷔를 했고 2000년 19세 이하(U-19) 대표팀 수석 코치를 역임했다.
2005~2007년에는 17세 이하(U-17) 대표팀 수석코치를 지낸 뒤 2009년 강원의 창단과 함께 최순호 감독을 보좌해 수석코치 생활을 하는 등 지도자 경험이 풍부하다.
김원동 강원구단 사장은 "최순호 감독보다 인지도가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경험이 풍부하다. 살림꾼 감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조이뉴스24 강릉=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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