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13개월 동안 조용히 지냈던 '피겨 여왕'이 화려한 귀환을 알린다.
김연아(21, 고려대)가 29일 저녁(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메가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리는 '2011 국제빙상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나선다. 지난해 3월 토리노 세계선수권 대회 이후 김연아가 처음 실전 무대에 등장하는 것이다.
28일 실시된 연기 순서 추첨에서 30명의 선수 중 가장 마지막 순번을 받아든 김연아는 극적인 컴백 효과를 노린다. 대지진 피해를 입은 일본 국민들에게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아사다 마오가 바로 앞인 29번째로 나서 김연아로선 마음의 부담이 크지만 즐기는 연기로 대회장의 분위기를 장악한다는 계획이다.
상황도 지난해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와 비슷하다. 30명 중 22번째로 나선 아사다가 73.78점을 받으며 관중의 환호를 받자 곧바로 김연아가 연기를 펼쳐 78.50점으로 눌러버렸다.
대회까지 컨디션 조절은 쉽지 않았다.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세계선수권은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한 달 넘게 미뤄져 모스크바에서 열리게 됐다. 하지만 국내에 머물며 차분하게 연기를 가다듬은 김연아에게 대회 연기 자체가 큰 걸림돌은 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대회는 지난해 토니로 세계선수권에서 김연아가 올림픽 금메달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아사다에게 내준 정상의 자리를 되찾아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새 쇼트프로그램 '지젤'은 본드걸로 모든 것을 이뤄냈던 김연아가 대변신한 모습을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이다.
'지젤'을 통해 김연아는 예술성 끌어올리기에 승부수를 던졌다. '점프의 정석'으로 불리는 만큼 기술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배경음악에 동작을 녹여 구성 점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인터넷에 공개된 김연아의 지젤 연습 동영상에서는 흠잡을 데 없는 동작이 물흐르듯 이어졌다. 점프의 높이는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면 압도적이다. 진중한 분위기의 지젤에 혼을 바치는 듯한 표정연기도 인상적이었다.
변수는 있다. '아사다 룰'로 불리는 바뀐 피겨 채점 규정이다. 쇼트프로그램은 점프 3개, 스핀 3개, 스텝 1개, 스파이럴 1개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예술성을 높이는 스파이럴이 제외됐다.
점프 평가에서는 무엇보다 더블 악셀(2회전 반 점프)을 '더블 악셀 또는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점프)'로 바꾼 것이 애매하다. 점프의 회전이 4분의 1이상 모자라면 다운그레이드(1점 감점)되던 것에서 2분의 1 이상 부족하면 기초점수의 70%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게 됐다.
아사다가 트리플 악셀을 시도해 회전수가 부족해도 더블 악셀을 시도한 선수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점프의 완성도가 부족해도 기초 점수의 70%는 챙길 수있어 고난도 점프를 시도하는 아사다에게 유리하다는 평가다.
그래도 김연아는 모든 불리한 여건을 여왕의 자존심으로 극복하겠다는 각오다. 시간이 갈수록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는 만큼 실력으로 승부를 내겠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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