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13개월 공백 없었다…이제는 자신과의 싸움

[이성필기자] 역시 '피겨 여왕'이었다. 13개월의 공백이 무색하게 깔끔한 연기로 우려를 한 방에 잠재웠다.

김연아(21, 고려대)는 29일 오후(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메가스포츠 아레나 빙상장에서 열린 '2011 국제빙상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65.91점(기술 점수 32.97, 프로그램 구성점수 32.94점)을 받아 1위에 올랐다.

지난해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점인 228.56점을 받아 1위에 올랐던 김연아는 이어진 3월 이탈리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90.79점으로 2위로 밀렸다. 오랜 실전 공백에도 불구 이번 세계선수권 쇼트프로그램에서 다시 1위 자리에 오르며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당시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역대 세 번째로 낮은 60.30점을 받아 7위로 미끄러졌다.

김연아는 2010~2011 시즌 들어 그랑프리 시리즈를 비롯해 4대륙 선수권대회 등 실전 무대에 전혀 나서지 않았다. 동갑내기 아사다의 경우 김연아가 없는 동안 그랑프리 시리즈에서는 파이널에도 오르지 못하는 부진을 보였으나, 지난 2월 대만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196.30점으로 2위에 오르며 부활의 가능성을 알렸다.

특히 아사다는 주특기인 트리플 악셀을 가다듬으며 세계선수권에 대비했다. 기본 점수가 6.0점으로 높아 점프의 질만 유지하면 가산점(GOE)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유리함도 있었다.

더군다나 일본 대지진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부활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대표성까지 띠고 나와 김연아로서는 아사다를 둘러싼 다양한 난적과 싸워야 했다.

그러나 '여왕' 김연아는 강했다. 새 쇼트프로그램으로 선보인 '지젤'에서는 지난 시즌 매혹적인 영화 '007시리즈'의 본드걸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슬픈 사랑을 연기하는 여인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재치도 넘쳤다. 첫 점프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착지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했지만 이어진 트리플 플립에 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을 붙였다. 관록이 묻어나오는 대응이었다.

2위에 오른 안도 미키(65.58점)와 큰 점수차는 아니지만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의 구성이 화려해 얼마든지 점수를 더 벌릴 가능성을 높였다. 더군다나 강력한 경쟁자였던 아사다가 주특기인 트리플악셀 점프에서 실수하며 스스로 무너져 7위(58.66)로 떨어져 견제받을 상대도 줄어든 셈이다.

'피겨여왕' 김연아의 최종 귀환은 30일 프리스케이팅에서 펼쳐보일 '오마주 투 코리아'를 통해 완성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