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에이스' 김선우(두산)가 출격한다. '에이스'로서 반드시 해줘야 할 때다. 그에게 주어진 책임은 시즌 개막 후 가장 무겁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산은 18일 잠실 한화전에서 최악의 경기 내용을 보여주면서 덜미를 잡혔다. 선발 페르난도가 1회부터 제구에 불안감을 드러내자 김경문 감독은 4회초 무사 1루서 김성배와 교체했다. 확실하게 잡아야 할 경기라고 판단하고 이른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팀타율 2할2푼5리의 '물방망이' 한화 타선임을 감안하면 김 감독의 승리 의지를 충분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바통을 이어받은 계투진이 수비 실책까지 겹치면서 줄줄이 두들겨맞았다. 총 7명의 계투요원을 투입했지만 한화의 뒷심을 막아내지 못하고 기어이 7-9로 역전패했다. 타선은 장단 16안타를 뽑아냈지만, 한화가 시즌 팀 최다안타 및 두번째 선발전원안타를 기록하는 등 18안타를 폭발시켜 재역전패라는 수모를 당했다.
개막 후 두산 경기 중 내용상 최악이었고, 역전패 결과도 속이 쓰리다. 이번 패배로 두산은 2008년 5월 3일 잠실 LG전 이후 무려 1천110일만에 5위로 주저앉았다. 박터지는 중위권 경쟁 속에 삼성과 KIA가 공동 3위로 뛰어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한국시리즈를 방불케할 정도로 모든 것을 쏟아붓고, 최약체 한화에게 당한 일격은 좀처럼 잊기 힘들 지경이다.
김경문 감독은 19일 한화전에 김선우를 선발 예고했다. 지난 14일 SK전 6이닝 무실점 피칭을 마친 후 나흘을 쉬고 등판한다. 김경문 감독으로서는 팀 분위기를 추스리기 위해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카드다.
김선우의 시즌 페이스는 '에이스'로서 손색이 없다. 지난 3일 LG전 이후 3경기서 선발 22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비결은 완급조절. 젊은 시절의 '파워피칭'을 버리고 기교파 투수로의 변신이 성공을 거뒀다.
김선우는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 변화시킨게 아니고, 변화될 수밖에 없었다"며 "작년 부상 후 회복도 잘 안되고 예전처럼 던질 수는 없었다. 이렇게가 아니면 타자를 제압할 수 없었다"고 생존을 위한 변신이었음을 전했다. 물론 거둬들인 성과는 현재까지 한국 무대 입성 후 최고다.
두산은 5월 들어 좀처럼 기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총 14경기서 4승(10패) 밖에 수확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 15일 잠실 SK전에서 연승을 위해 등판한 '우승청부사' 니퍼트가 1.2이닝 5실점으로 무너져 기세가 끊긴 점이 아쉽다. 이번에는 연승이 아니라 연패를 막기 위해 '토종에이스' 김선우가 나선다. 그마저 한화타선에 무너지면 두산은 심각한 후유증을 앓을 공산이 크다.
김선우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상대 투수가 에이스급이 아닌 김혁민인 것이 두산으로선 그나마 다행이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