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지난 2007~2008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첼시 간 결승전이 열린 러시아 모스크바 루츠니키 스타디움. 선발 출전이 유력해 보였던 '산소 탱크' 박지성(3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그라운드에 나서는 대신 정장 차림으로 관중석에 앉았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고민끝에 박지성을 출전 명단에서 제외한 것이다. FC바르셀로나(스페인)와의 4강전까지 맨유의 챔스리그 순항에 큰 공헌을 했던 박지성 입장에서는 충격이었다. 박지성은 "내 실력이 부족해서 그랬을 뿐"이라며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2008~2009 시즌 박지성에게 또 한 번 기회가 왔다. 맨유가 2시즌 연속 챔스리그 결승전에 오른 것이다. 박지성은 FC바르셀로나와 결승전에 선발로 나서 드디어 꿈의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생각처럼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고 팀의 0-2 패배를 지켜봤다.
오는 29일 새벽(한국시간) 영국 축구의 성지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맨유는 FC바르셀로나와 2년만에 다시 챔스리그 정상을 놓고 다투게 됐다. 설욕이 필요한 맨유나 박지성은 지난 기억들을 모두 지우겠다는 각오로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결승 장소인 웸블리는 박지성에겐 '실패'로 인연이 깊은 곳이다. 지난 2008~2009 시즌과 올 시즌 FA컵 4강에서 각각 에버턴과 맨체스터 시티에 패하며 결승행이 좌절됐다. FA컵은 항상 4강부터 결승을 웸블리에서 치르는 전통이 있다.
연거푸 실패를 맛본 곳에서 새로운 성공 신화를 쓰겠다는 것이 박지성의 다짐이다. 박지성은 27일 구단 홈페이지와 공식 인터뷰를 통해 "난 지난 두 차례 결승전에서 못 뛰거나 실패를 맛봤다. 그래서 (이번 결승 출전에) 더 애착이 간다"라며 선발 출전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나타냈다.
지난 1월 아시안컵을 끝으로 한국 대표팀에서 은퇴한 것을 예로 들며 "이제 월드컵에 나서지 못하지만 그에 버금가는 경기를 치르게 되어 긴장된다"라며 다시 찾아온 꿈의 무대에 설레는 심경을 표현했다.
바르셀로나 전력의 핵 리오넬 메시를 막는 것은 맨유 승리를 위한 최고의 과제다. 박지성은 "메시를 한 명이 막기는 어렵다. 맨유 선수들 모두가 메시 방어에 나설 것이다"라며 조심스럽지만 메시 봉쇄에 자신있음을 나타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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