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웃었지만 조심스러웠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살렸고 소득도 있었지만, 한국 축구에 드리운 승부조작이라는 먹구름을 몰아내야 한다는 부담이 컸기 때문에 조심 또 조심이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3일 오후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세르비아와 친선경기에서 박주영, 김영권의 골로 2-1 승리를 거뒀다.
조광래 감독은 '포스트 이영표, 박지성'을 찾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지난 3월 25일 온두라스전에서 시험을 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이날 세르비아전은 새로운 인물을 찾아나서는 중요한 출발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이영표의 대체자로 김영권(오미야 아르디쟈)이라는 가능성 큰 자원을 발굴했다. 김영권은 골은 물론 수비에서도 괜찮은 능력을 보여주며 조광래 감독을 웃게 했다.
경기 뒤 조 감독도 "김영권의 왼쪽 측면 기용은 공격과 수비 두 가지를 항상 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왼쪽 풀백은 처음 소화하는 경기가 아니다. 소속팀에서도 계속 했던 기억이 있다"라며 김영권의 포지션 수행 능력이 이미 몸에 녹아있음을 강조했다.
그래도 이영표가 더 나은 점이 많다고 웃은 조 감독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김영권을 투입시키면 더 좋은 플레이를 보일 것으로 믿는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괜찮았다"라고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던 왼쪽 측면 공격수 이근호(감바 오사카)에 대해서는 "열심히 잘했다. 팀이 원하는 전술적인 움직임을 영리하게 수행했다. 특히 왼쪽 포지션은 공격수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를 원했다"라며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오는 7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가나와의 평가전에서는 큰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가운데 지동원(전남 드래곤즈), 구자철(볼프스부르크) 등 2~3명 정도 새 얼굴을 내세우겠다고 전한 조 감독은 "상대 진영에서 강력한 압박을 하면서 공격을 시도하겠다"라고 구상을 밝혔다.
속도와의 전쟁도 선언했다. 조 감독은 "빠른 움직임에 의한 패스를 시도해 경기를 이끌어야 한다. 힘들겠지만 많이 소화하려고 노력한다. 가나전에서도 기대하겠다"라고 템포 축구를 예고했다.
경기의 키플레이어에 대해서는 쉽게 꼽지 못하다가 기성용(셀틱)을 가장 먼저 거론했다. 조 감독은 "기성용이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미드필드에서 투사적인 정신을 가지고 좋은 플레이를 했다"라고 호평했다.
마지막으로 조 감독은 K리그 승부조작에 대한 사과를 빼놓지 않았다. 그는 "한국 축구가 위기 분위기인데 정열을 다해 멋진 경기를 펼친 선수들에게 고맙다. 많이 실망하고 있는 팬들에게 오늘 경기를 통해 한국 축구가 건강하고 아름답게 거듭날 수 있도록 용서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고마울 것 같다"라고 뼈아픈 성찰의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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