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김재원표 '살인미소'는 데뷔 10년이 지나도 유효했다. 부드러운 미소와 따뜻한 목소리는 김재원의 전매특허다. 그래서일까. 유독 '착한 배우'로 기억되는 김재원이다.
올해 초 군 제대 한 김재원은 복귀작으로 착한 드라마 MBC 드라마 '내마음이 들리니?'(이하 내마들)를 선택했다. 그리고 자신의 매력을 십분발휘할 수 있는 '착한' 캐릭터를 만났다. 가슴 속에 상처를 안고 있지만 긍정적이고 건강한 차동주는 '김재원 맞춤형' 캐릭터다.
김재원의 선택은 옳았다. 드라마 속 차동주의 미소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따뜻함을, 세상과 부딪칠 수 있는 용기를 줬다. 김재원은 "보는 이들이 불편한 연기를 하지 않아도 돼서, 의미있는 연기를 할 수 있게 돼서 뿌듯했다"고 예의 밝은 미소를 지었다.
◆"군대서도 연기하고 싶어 안달났죠"
드라마가 끝난지 이제 3일 남짓. '연예가 중계' 게릴라 콘서트를 앞두고 13일 홍대에서 만난 김재원은 "늘 새벽까지 촬영하고 쪽잠만 자다가 집에 붙어있으니 잠이 안 온다. 시차적응이 안 되는 것 같다"고 웃었다.
거의 모든 드라마 촬영 현장이 그렇듯 '내마들'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밤샘 촬영은 기본. 그러나 다시 일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모든 것을 상쇄했다. 그토록 열망했던 연기를 할 수 있음에 환호했다.
"군대 안에 있을 때 자유시간에 할 수 있는 것들은 텔레비전 보는 것과 책 읽는 것 밖에 없었어요. 텔레비전을 보면서는 '나는 언제쯤 연기할 수 있을까' 싶었고, 책을 보면서는 '이 작품은 소설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작품화 됐으면 좋겠다' 생각했죠. 국방부 라디오 DJ를 할 때도 1인 5역 콩트를 하고 사연을 읽으면서 빨리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어요. 전역하자마자 바로 작품을 하게 돼 천운인 것 같아요."
'내마들'은 '황진이' 이후 무려 5년 만의 안방복귀 작품. 부담도 있었을 것이며, 이것 저것 재기도 했을 터. 그러나 무조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마음에 쏙 들어온 작품이었다.
"주변에서 제가 5년 동안 쉬었기 때문에 신인처럼 신선한 느낌이 있다고 그러더라구요. 보통 드라마 캐스팅 할 때 연기력과 스타성, 그리고 신인을 등용하는 이유는 신선함인데 의외로 신선하다는 점을 어필했죠. 물론 좋은 작품에 선뜻 손을 내밀어줬는데 막상 함께 하게 됐을 때 작품에 누를 끼쳐서 영원히 생매장 당하는게 아닐까 하는 부담도 있었어요. 나중에 감독님이 '차동주라는 인물이 잘 살았다'라고 말해줘서 다행이었죠.(웃음)"
◆"따뜻한 '내마들', 출연하길 잘했어요"
김재원이 연기한 차동주는 결코 연기하기 쉬운 캐릭터는 아니었다. 청각 장애 연기를 해야했으며, 섬세한 감정선 연기가 필요했다. 순수하고 맑은 차동주, 냉철하고 카리스마 있는 차동주를 오가야 했다. 김재원도 "너무 좋은 캐릭터였지만 알아갈수록 힘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 연기지만 미묘한 게 있어요. 청각 장애 사실을 밝히기 전과 밝힌 후, 또 상대하는 사람이 누군지에 따라서도 다 달라야 했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죠. 모든 것을 완벽하게 듣고 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 따라서 실수도 하고, 그런 디테일이 살았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동주가 굉장히 천재 같은 캐릭터였는데 내면의 아픔은 누구보다 강했을 거에요. 겉으로는 밝은 척하지만 혼자만의 고독이나 슬픔을 터치 못해줬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죠."
아쉬운 점도 있지만 김재원은 '내마들'을 선택하기를 참 잘했다고 말했다. 그 어느 드라마보다 뿌듯했고 시청자들의 따뜻한 응원에 힘이 났다고.
"실제 차동주의 롤모델이 있어요. 마지막회에 수화 선생님으로 나오는 분이 청각장애인이신데 그 분이 너무 고맙다고 하더라구요. 동주 씨 덕분에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은 용기와 힘을 얻었다고 말이죠. 연기자로서 뿌듯했어요. 드라마 끝난 후 인기 때문에 뿌듯함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 힘을 줬다는 데 대한 희열감과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조금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착한 이미지, 콤플렉스 아니다…장점으로 승화"
김재원은 누구보다도 부드러운 이미지가 잘 어울리는 마스크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차동주 역도 김재원의 매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그러나 김재원 특유의 선한 얼굴이 배우에게는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터. 이미지 변신에 대한 부담감이 없을지 궁금했다.
"극복을 못하면 연기를 할 수가 없어요. 제 얼굴이 순둥이(?)처럼 생기고 남자답게 생긴 얼굴은 아니잖아요. 예전에는 마초적인 역할을 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나는 언제 저런 작품을 할 수 있을까, 남자 냄새 나는 멋있는 역할을 못하지 않을까 스트레스도 받았죠. 그런데 나이가 드니 스트레스를 받진 않아요. 특화된 부분을 부각시켜서 더 많이 표현하는 것이 더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콘셉트에 맞춰서 가려고 해요."
착한 이미지 뿐만이 아니다. 연기자 김재원은 착한 작품을 원한다. 살인과 폭력으로 점철된 작품보다 용기를 줄 수 있고 사랑을 얻을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웃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이 좋아요. 대문을 열어두고 이웃과 부딪치며 같이 웃으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요. 사회가 갈수록 각박해지고 방송도 자극적인 것이 많은데 저는 개인적으로 사람을 배려할 수 있는 작품이 좋아요."
그런 점에서 '내마들'은 김재원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작품이다. 배우로서 시청률에 얽매이지 않을 수 없지만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작품이 됐기 때문.
김재원은 "마지막에 시청률이 떨어져서 아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으면서도 "이 작품 하나로 나에 대한 존재감,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됐다. 시청률보다 중요한 것을 얻었다"고 활짝 웃었다.
5년의 공백기를 가진 김재원은 바쁘게 작품 활동을 할 예정이다. 김재원은 "차기작을 올해 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시간 기다린 팬들에게 보답할 것"이라고 자신만만한 약속을 했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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