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질식사 위험에 처한 '원조'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을 살리기 위해 산소통으로 나선 '유비' 유상철(40) 신임 감독에게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다.
대전은 유 감독의 영입으로 승부조작 사태가 불러온 지도자 공백 및 선수단 분위기 침체를 막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러나 축구단 경영을 잘 모르는 김광희 사장과 호흡을 잘 맞춰나갈 수 있을지를 놓고 주위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당장 대전은 유 감독의 공식 계약 기간조차 공표하지 않았다. 연봉은 비공개하는 관행이 있어 그렇다 쳐도 감독의 계약기간까지 공개하지 않는 것은 비상식에 가깝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2013년 승강제가 시작되는 만큼 섣불리 감독을 계약할 수 없어 몇 가지 옵션을 걸었다. 언제든지 계약해지가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승강제 도입 후 팀이 강등이라도 될 경우 유 감독이 옵션 계약을 감수한 만큼 쉽게 목을 치겠다는 뜻이다.
그동안 대전은 사장과 감독 사이 보이지 않는 불협화음이 많았다. 일부 사장은 스포츠 구단의 특수성을 외면하고 일반 기업처럼 구단을 경영하려다 문제의 원인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역대 감독은 사장과 대등한 위치에서 논쟁이라도 벌이며 구단 발전을 논의했지만, 유 감독은 시작부터 김 사장에게 끌려가는 형국이다.
유 감독은 당장 승부조작 파문으로 공백이 생긴 선수단 전력 보강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여름 이적 시장 마감은 열흘이 채 남지 않았다. 그 사이 유 감독은 20일에는 선수단 상견례, 23일에는 K리그 데뷔전을 치른다.
준비할 것이 많으면 사장 이하 구단 프런트가 보조를 맞춰줘야 하지만 선수 평가와 영입의 최전선에 서 있던 전력강화팀장부터 사표를 내 공백인 상황이다. 선수단 정보를 공유할 루트가 사실상 없는 셈이다. 유 감독은 어쩔 수 없이 김 사장과 자주 마주쳐야 한다.
현재 대전 사무국은 어수선에 가깝다. 지난 5일 김 사장이 회식을 해 프런트들을 다독였지만 오히려 전력강화팀장에 이어 지난해까지 주무를 맡았던 대리도 사표를 던졌다. 홍보 및 마케팅팀장도 사표나 다름없는 각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신규 직원 공채를 한다고 공고를 냈지만 새 인물들이 얼마나 빨리 정보 습득을 하고 급한 일을 처리해나갈지는 의문이다.
프런트뿐 아니라 선수단도 비슷하다. 최근 대전은 17, 18라운드에서 항명성 플레이로 1-7, 0-7이라는 전대미문의 릴레이 대패를 당했다. 일부 젊은 선수들의 사기는 뚝 떨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A선수는 조이뉴스24와 전화통화에서 "구단은 감독을 마음대로 자르고 선수단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세상에 이런 구단이 어디 있느냐. 이적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라고 상처받은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모든 체계가 사실상 무너진 상태에서 새로 대전 지휘봉을 잡은 유상철 감독은 세세한 부분부터 신경 써야 한다. 화려한 국가대표팀 경력을 보유하며 1등 인생을 살아왔던 그가 위상이 바닥으로 떨어진 대전에서 겪어보지 못한 경험을 하면서 어떤 지도력을 보여줄지 벌써 걱정이 앞선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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