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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호, 맞춤형 A매치가 필요하다


[이성필기자] 한국축구는 지난해 7월 조광래 감독이 태극호 선장으로 부임한 뒤 A매치에서 9승4무2패로 비교적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2패는 지난해 9월 이란전 패배와 '삿포로의 치욕'으로 기록될 10일 일본전 참패 등 아시아 라이벌전에서 당한 것이다.

조광래호가 치른 A매치 상대국들을 살펴보면 일본과 가나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은 피지컬에 기반을 둔 힘 위주의 스타일로 한국을 상대했다. 신체조건과 힘에서 밀리지 않았던 한국은 조광래식 패싱축구를 섞어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좋은 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기술을 앞세운 팀들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6월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한국은 2-1로 승리하기는 했지만 힘과 기술이 섞인 아프리카 축구에 애를 먹었다. 탈아시아를 선언하며 승패에 상관없이 일관된 패싱축구 스타일을 유지했던 일본에는 무력 그 자체였다.

김호 전 대전시티즌 감독은 "한국은 일본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 상대의 전술 파악에 대한 대응이 부족했고 선수들도 최악의 컨디션이었다"라고 10일 한일전을 돌아봤다. 이어 "기술 파트가 중요한데 대한축구협회는 기술위원회가 제 몫을 못하고 있다. 일본전은 축구협회 기술위의 무능이 총체적으로 드러난 경기였다"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때문에 향후 A매치 선정시 상대국의 이름값에 상관없이 간결한 패스와 속도 축구로 상대의 압박을 견디는 축구 스타일을 가진 국가와 자주 겨루며 면역력을 길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른바 맞춤형 A매치다.

SBS ESPN 신연호 해설위원은 세계 축구의 흐름에 한국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부분을 지적했다. 신 위원은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고 상대를 압박하는 축구가 유행이었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는 압박을 깨는 스페인식 패스와 속도가 가미된 축구가 대세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면 2014 브라질월드컵은 어떻겠는가. 상대의 강한 압박을 견디는 방법으로 패스와 속도는 기본이다. 그 이상의 방법이 나올 것이다"라며 체력과 정신력만을 앞세운 압박 축구는 이제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속도와 패스로 무장하기 시작한지 갓 1년이 지난 한국 축구로선 세계 흐름과 같이하는 전술을 구사하는 팀과 자주 만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대한축구협회는 그동안 시간에 쫓겨 A매치 상대를 선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껏 강호를 초청해도 1.5군급 구성으로 실망감을 안겼다. 한국은 그런 평가전에서는 이겨놓고도 찜찜함을 지울 수 없었다.

반면, 일본은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등 그들이 필요로 하는 상대를 물색해 확실한 실험을 했다. 단순한 A매치 친선전 결과에도 일희일비하는 한국이 곱씹어봐야 할 부분이다.

단계적으로 선수를 대표 데뷔시키는 방법도 고려되어야 한다. 이번 일본전에는 A매치 경험이 전무한 이재성(울산 현대)이 데뷔전을 치렀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오히려 승부조작으로 구설수에 오르며 이번 대표팀에 함께하지 못한 홍정호(제주 유나이티드)에 대한 기억만 강렬하게 떠올리게 했다.

KBS 한준희 해설위원은 "예를 들어 이재성에게 앞선 가나나 세르비아전에서 조금이라도 기회를 줬다면 일본전에서는 부담을 적게 갖고 나설 수 있어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조 감독이 원하는 플레이 스타일도 빠르게 파악했을 것"이라고 아쉬운 부분을 지적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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