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대한축구협회가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간 불협화음을 또 다시 자초했다. 이번에도 대표선수 중복 차출 문제가 중심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은 지난 19일 합숙 훈련 명단 30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천안축구센터로 소집돼 합숙훈련에 돌입한다.
그런데 이번 명단에는 A대표팀 발탁 가능성이 큰 윤빛가람(경남FC)과 홍철(성남 일화)이 포함됐다. 윤빛가람은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의 부상으로 빠진 중원에서 활용될 수 있는 자원이고, 홍철은 '포스트 이영표' 후보군 중 한 명이라 A대표팀 발탁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올림픽대표팀 훈련 기간인 다음달 2일에는 A대표팀이 레바논과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1차전을 치른다. 이후 6일 쿠웨이트 원정을 앞두고 있다. 자연스럽게 중복 차출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A대표팀은 오는 22일 레바논-쿠웨이트전에 나설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한다.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기존에 양측이 합의한 A대표팀 우선 원칙에 따라 큰 문제는 없다. 겹치는 선수는 A대표팀으로 간다"라고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모양새 자체가 이상하다. 홍명보호는 다음달 21일 오만과 첫 경기를 시작한다. 단 1장의 올림픽 본선행 티켓이 걸려 조금이라도 조직력을 맞춰볼 시간이 필요하다. 당연히 홍 감독 입장에서는 윤빛가람이나 홍철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일단 이 관계자는 "이미 홍 감독도 양해를 한 상황이라 큰 문제는 없다"라고 항변했다. 그렇지만 이들을 포함해 올림픽대표 합숙훈련 명단을 발표하면서 A대표팀 조광래 감독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 인상도 다분하다. 조 감독을 비롯해 A대표 코칭스태프는 올림픽대표팀 명단이 발표되고 나서야 중복 선수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자연스럽게 중재와 조정이 필요한 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능력 부재로 화살이 돌아간다. 기술위는 각급 대표팀의 정책을 관장하는 중요한 기구다. 선수에 대한 선발 권한은 없지만 조언을 통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구다. 대한축구협회 규정상으로는 대표팀 선발 권한이 있지만 여태껏 실질적으로 행사한 일은 없다.
이미 기술위는 대표 명단 조정에서 수 차례 실기를 반복해 양 대표팀 사령탑을 바보로 만들었다. 이회택 기술위원장은 지난 5월 조광래 감독과 기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의 불필요한 싸움에 조중연 회장이 직접 나서서 교통정리를 할 정도였다.
이에 대해 익명의 한 기술위원은 "기술위원회는 자문과 조언 역할을 하는 기구지 행정적인 부분은 대한축구협회가 알아서 할 일 아니냐. 매번 이런 상황이 나올 때마다 이회택 기술위원장도 당혹스러워 한다"라고 기술위 자체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일본과 A매치에서 0-3으로 패한 뒤 A대표팀의 재정비 필요성이 대두된 상황에서 기술위원회의 '나 몰라라'하는 뒷짐지기식 지켜보기는 더욱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미 국제적인 축구 흐름에 무감각하다고 비판받은 기술위원회다.
앞으로 A대표팀과 올릭픽 대표팀은 11월에도 예선전 일정이 비슷해 부딪혀야 한다. 뻔히 보이는 상황이지만 기술위는 눈앞의 불 끄기에만 급급하다. 조정 능력이 상실되면 한국 축구는 위험지역을 향해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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