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의 '고졸 루키' 임찬규가 5년만의 기록에 도전한다. 바로 신인투수 10승 기록이다.
10승은 투수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하나의 잣대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승리가 꼭 투수의 능력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한 시즌에 10승 이상을 거둔다면 그만큼 쓸만한 투수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물론 10승 투수가 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신인에겐 더욱 그렇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지난 2006년 이후 신인으로서 10승을 달성한 투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2006년에는 괴물 류현진(한화, 18승)과 장원삼(당시 현대, 12승), 한기주(KIA, 10승) 등 세 명이나 10승을 거둔 신인이 나왔지만 이후 4년 동안은 감감 무소식이다. 당장 1군에서 두각을 나타낸 신인 투수가 없었다는 뜻이다.
임찬규는 그동안 보였던 신인투수 가뭄을 해소할 좋은 재목이다. 27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시즌 8승째를 거두며 10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3-2로 추격당한 6회말 2사 만루에서 등판해 몸에 맞는 공과 내야안타로 2점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지만, 5-4로 재역전한 7회말에도 등판해 1이닝을 깔끔하게 막으며 승리투수 조건을 갖췄다.
다소 쑥스러운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임찬규가 LG 불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성장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이날도 경기 중반 긴박한 상황에서 투입됐다는 것은 그만큼 임찬규의 구위에 코칭스태프가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다시 리드를 잡은 7회말을 무실점으로 막고 이상열-송신영으로 이어지는 마운드 흐름을 만든 것도 LG가 승리를 거둘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5월에만 5승(1패 2세이브)을 거두며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오른 임찬규는 6월 1승(1패 3세이브)에 그치며 주춤하기 시작했고, 7월에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뒷문에 약점을 드러낸 팀 사정상 마무리로 나서는 등 커다란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했던 것. 하지만 8월 다시 2승을 추가하며 승수 사냥을 시작했다.
최근 임찬규는 승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펄쩍 뛰곤 한다. 임찬규는 "시즌 초반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승리나 세이브에 욕심을 냈었다"며 "이제는 전혀 욕심이 없다. 욕심을 내면 밸런스가 무너진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지금은 그저 한 경기 한 경기 마운드에 올라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이다.
임찬규가 승리투수가 된다는 것은 LG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선발투수가 아닌 임찬규가 승리를 따낸다는 것은 경기 막판 LG가 집중력을 발휘해 경기를 잡아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 주로 경기 중후반 동점 상황이나 뒤지는 상황에서 등판해 타선이 점수를 뽑아줘야 임찬규가 승리를 챙길 수 있다. 이기는 상황에서 등판해 동점 또는 역전을 허용하는 경우에도 타선의 집중력으로 리드를 다시 잡아야 임찬규의 승리가 가능하다. '임찬규 승=강한 LG'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것.
2001년 이후 '10승 신인'을 배출한 구단 중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구단은 없다. 2002년 김진우(KIA, 12승), 2004년 오재영(당시 현대, 10승), 2005년 오승환(삼성, 10승)에 2006년 류현진, 장원삼, 한기주까지. 그만큼 신인 투수들이 10승 이상을 올려주는 것은 팀에 엄청난 힘이 된다.
LG는 27일 현재 4위 롯데와의 승차가 6경기까지 벌어지며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하지만 아직 포기할 수는 없다. 5년만의 '10승 신인'에 도전장을 내민 임찬규가 남은 경기에서 든든히 불펜을 지켜주는 것이 기적의 지름길이다. 남은 30경기. LG 트윈스와 임찬규의 도전이 시작됐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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