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의 신인투수 임찬규가 눈부신 역투를 펼쳤으나 팀의 역전패로 빛이 바랬다. 눈 앞에 뒀던 승리도 허망하게 날아가고 말았다.
임찬규는 1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 3회말 2사 후부터 마운드에 올라 3.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10개의 아웃카운트 가운데 5개를 삼진으로 잡아낼 정도로 빼어난 구위를 과시했다.
임찬규의 호투가 특히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선발 김광삼이 조기 강판 당한 공백을 훌륭히 메우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날 김광삼은 실책이 겹치긴 했지만 2.2이닝 4실점(2자책)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투구를 보이고 일찍 물러났다.
3-4로 뒤지던 상황에서 마운드를 물려받은 임찬규는 씩씩하게 공을 뿌리며 5회말까지 SK 타선을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그러는 사이 LG 타선은 6회초 김태완의 투런포로 5-4 역전에 성공해 임찬규에게 승리투수 조건을 갖춰줬다. 임찬규도 힘이 났는지 6회말 다시 마운드에 올라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7, 8회를 한희, 이상열, 김선규가 잘 막아낸 LG는 9회초에는 작은 이병규의 솔로포가 터지며 6-4로 점수 차를 벌렸다. 9회말 SK의 공격만 막아낸다면 임찬규는 시즌 9승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믿었던 마무리 송신영이 9회말 집중 4안타를 맞으며 6-6 동점을 허용했고, 결국 LG는 11회말 6-7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임찬규가 만약 승리투수가 돼 시즌 9승째를 거뒀다면 올 시즌 10승을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임찬규에게 10승이란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우선 지난 2006년 류현진(한화, 18승), 장원삼(당시 현대, 12승), 한기주(KIA, 10승)에 이어 5년만의 '10승' 신인투수가 될 수 있다. 신인 10승은 프로야구 30년 역사에서 아직까지 36번밖에 나오지 않은 값진 기록이다.
임찬규가 10승에 성공한다면 삼성 배영섭과 벌이는 치열한 신인왕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 삼성이 선두를 질주하고 있어 배영섭에게 팀 성적에 따른 프리미엄이 더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임찬규로선 '10승 프리미엄'이라도 얻어야 신인왕 등극을 바라볼 수 있다.
눈 앞에서 놓친 승리도, 신인왕 경쟁에서 다소 손해본 것도 아쉽지만 LG로서는 임찬규의 호투가 반갑기만 하다. LG는 1일 경기 역전패를 당하긴 했지만 4위 SK와의 승차는 4.5경기, 뒤집지 못할 승차는 아니다. 남은 경기 맹추격을 전개해야 하는 LG는 임찬규가 불펜에서 든든히 버텨준다면 마운드 운용이 한결 수월해진다.
올 시즌 선발로 145.2이닝을 소화한 '이닝이터' 리즈가 어깨에 가벼운 염증이 발견되면서 1일자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리즈가 앞으로 열흘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면서 불펜에 과부하가 걸릴 우려가 높다. 리즈의 공백을 불펜진이 나눠서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임찬규의 호투는 가뭄 속 단비와 같다.
임찬규의 10승 달성과 신인왕 등극, LG의 가을잔치 진출은 사실 하나로 묶여 있는 과제들이다. 되면 다 되고, 안 되면 다 안 될 가능성이 높다. 임찬규가 호투를 이어가 자신의 신인왕 등극과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동시에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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