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사자군단'의 기세를 막을 팀은 없었다. 포효한 사자는 결국 정상에 우뚝 섰다. 삼성 라이온즈가 2006년 이후 5년만에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삼성은 27일 잠실구장서 열린 두산과의 원정경기서 선발 차우찬의 5.2이닝 3실점 후 불펜 투수들의 무실점 릴레이로 3회초 뽑아낸 5점을 잘 지켜 5-3으로 역전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삼성은 2011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의 왕좌에 올랐다. 경기 전까지 75승(47패 2무)을 기록한 삼성은 76승째에 도달하며 자력으로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2위 롯데(68승 56패 5무)보다 잔여경기가 많은 3위 SK(66승 56패 2무)가 남은 9경기서 전승을 거둬도 도달할 수 있는 수치는 75승이었고, 삼성은 그 한계마저 넘어버리면서 잠실구장서 최강자의 위용을 뽐냈다.
올 시즌 삼성은 철옹성 마운드를 내세우면서 무적의 팀으로 거듭났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선동열 감독 체제에서도 탄탄한 마운드로 인정받은 삼성은 이를 더욱 발전시키고 관리해 투수력에서는 그 어느 팀에게도 뒤지지 않는 최강의 팀이 됐다. 팀 평균자책점 3.37로 8개 구단 중 최정상이다.
윤성환, 차우찬, 장원삼, 저마노, 매티스로 이어지는 든든한 선발진과 간간이 투입된 정인욱, 배영수까지. 삼성은 리그 수준급의 선발로테이션을 활용하면서 매번 승리의 토대를 닦았다.
삼성 투수력의 백미는 역시 불펜진. 그야말로 그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는 리그 최상급의 투수들로 무장한 삼성의 허리는 역전불패의 위용을 과시했다. 시즌 초에는 선발로 뛰다 중반 이후 필승조의 일원으로 활약한 안지만을 필두로 정현욱, 권혁, 권오준에 마무리 오승환으로 이어지는 계투요원들의 압박은 상대 타자들로서는 공포 그 자체였다.
특히 올 시즌 삼성 전력을 논할 때 간과할 수 없는 점은 교체용병의 성공이다. 메이저리그 출신 타자 라이언 가코가 부진 끝에 손가락 부상으로 퇴출됐고, 일본인투수 카도쿠라 역시 무릎부상 후유증으로 인한 부진으로 도중 방출됐다. 그리고 이들의 바통을 이어받은 용병이 바로 덕 매티스와 저스틴 저마노다.
사실 매티스와 저마노는 반갑기보다는 걱정이 앞선 선수들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교체용병 중에 잘해낸 선수가 없어 참 많이 고민했다"며 이들의 영입 당시 복잡한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두 투수는 한국문화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선발 두 자리를 확실하게 꿰찼고, 이제는 류 감독의 사랑을 듬뿍 받는 효자용병으로 거듭났다.
다만 막강한 투수력에 비해 화력은 다소 주춤했다. 4번타자 최형우가 29홈런을 쏘아올리며 홈런왕 타이틀을 정조준하고 있어 자존심은 세웠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딱히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시즌 초중반 맹타를 이어가던 박석민 역시 후반 주춤해 3할 타율 아래로 떨어졌고, 박한이는 데뷔 11년 연속 세자릿수 안타 기록은 이어갔지만 성적 자체는 기대에 한참 못미쳤다. 부상으로 인해 시즌 아웃된 배영섭 만이 최형우와 함께 눈길을 사로잡은 사자로 활약했다.
하지만 부진한 타격만 아니면 삼성이 승리하기까지의 여정은 어렵지 않았다. 삼성 마운드는 타선이 평균 3.5점만 뽑아줘도 이를 거뜬히 지켜낼 수 있는 저력이 있었고, 1승을 보탤 수 있는 힘이 있었다. 마운드의 화룡점정은 역시 부상에서 돌아온 철통마무리 오승환.
투수력을 앞세운 삼성은 2011년 그 어느 팀도 쉽게 공략하지 못할 팀으로 우뚝 섰고, 길고긴 여정 끝에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지었다. 결국 투수력에 비해 열세인 화력도 필요할 때는 제몫을 해내며 우승을 이끌어냈다고 봐야 한다.
삼성은 페넌트레이스를 접수하면서 결과적으로 한국최강의 팀임을 입증했다. 2011년 정규시즌을 제패한 삼성의 힘을 다른 7개 팀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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