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올 시즌 몰락한 우승후보 두산이 마지막 자존심을 챙겼다. '서울라이벌' LG를 상대로 마지막 3연전서 모조리 승리한 것이다. LG로서는 야속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지만, 두산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두산은 지난 1일~3일 잠실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홈3연전에서 LG에 내리 3승을 거둬들였다. 1일 9-1, 2일 11-1, 3일 7-4로 두산은 큰 위기 없이 연일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고, 편한 밤잠을 청할 수 있었다
특히 상대가 LG였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공교롭게도 두산은 4위 탈락의 허탈함 속에서 5위 자리라도 유지하려고 했던 LG를 7위까지 끌어내린 장본인이 됐다.
올 시즌 두산은 악몽의 한 해를 보냈다. 매년 우승을 노려왔지만, 고지 바로 앞에서 주저앉으면서 분루를 삼켜왔다. 때문에 김경문 전 감독과 프런트는 야심차게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한국시리즈를 정조준했지만 현실은 혹독했다.
개막전을 경험도 하지 못하고 퇴출된 용병 라몬 라미레즈를 시작으로 이혜천-이현승의 좌완듀오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임태훈의 스캔들 공백 후 계투진도 줄줄이 무너졌다. 타선마저 지난해의 위용을 유지하지 못했고, 손시헌과 임재철은 부상공백으로 한 동안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김경문 감독은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라는 결단을 내렸고, NC 다이노스 신임사령탑으로 팀을 옮기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우승을 노렸던 두산은 현재 6위 자리조차 감지덕지한 판국이다. 2011년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시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와중에 두산은 시즌 막판 LG를 만났다. LG는 시즌 초 승승장구하면서 최소한 4강 진출은 가능해보였지만, 전반기 막판 넥센과의 3연전서 무너진 후 후반기 추락했다. 버티고 버텨봤지만 4강 대열에서 탈락했고, 의욕을 잃은 채 남은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LG를 상대로 사실 양 팀간의 경기는 큰 의미가 없었다. 어차피 두 팀 모두 4강 탈락이 확정된 만큼 시즌 막바지 큰 출혈을 감수하고 총력전을 펼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다만, 두산 구단은 내심 LG와의 3연전서 선수들이 자존심을 차려주기를 바랐다. 올 시즌 무너졌다고는 해도 은근히 'LG에게만은 지지 말자'는 내부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고, 이는 '잠실 라이벌'이라는 구도로 인해 발생한 경쟁심이었다.
김광수 감독대행도 이에 발맞췄다. 자질구레한 부상으로 인해 주력 선수들을 선발라인업에서 제외하면서도 김선우, 니퍼트를 차례로 등판시켜 승리를 따냈고, 3일 경기서는 이용찬마저 불펜 대기시켰다. 선발 김승회가 일찍 무너질 경우, 이용찬은 곧바로 투입될 예정이었다.
물론 LG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고, 때문에 2일 경기서는 험악한 벤치클리어링 상황까지 발생했다. 5위 자리를 두고 두산과 LG는 편안함(?)을 가장한 총력전을 펼쳤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찌됐건 신경전 속에 두산은 3연전을 모두 쓸어담았고, 이로 인해 시즌 막판 두산은 그나마 웃을 수 있었다.
반면 LG는 7위 추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4일~6일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3연전인 잠실 삼성전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서도 무기력하게 무너질 경우, 올 시즌 열렬히 응원해준 LG 팬들의 실망감은 극에 달할 전망이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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