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드디어 2011년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모두 끝이 났다. 팀당 133경기, 총 532경기를 치른 대장정이 6일 잠실(LG-삼성), 목동(넥센-두산), 사직(롯데-한화), 광주(KIA-SK)에서 열린 4경기를 끝으로 정규시즌 일정을 모두 마감했다.
올 시즌은 뭐니뭐니해도 초보감독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올해 처음 사령탑에 오른 삼성 류중일 감독과 롯데 양승호 감독은 페넌트레이스 1, 2위를 차지하면서 주변의 놀라움과 부러움을 샀고, 이제 단기전 포스트시즌을 통해 진정한 승부사의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이외에도 우승후보 0순위 두산의 몰락, 9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탈락한 LG, 최하위서 전전한 넥센 등 서울팀들의 동반 부진도 눈에 띄었다. 2011년 모든 것이 결정된 순위 판도를 정리했다.
삼성-롯데, 초보명장의 질주2011년은 삼성이 접수했다. 신임 류중일 감독은 선동열 전 감독이 일궈놓은 탄탄한 투수력의 토대를 완벽하게 운용하면서 일찌감치 페넌트레이스 1위를 확정짓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5월까지 5할 승률 언저리에서 주춤하기도 했지만, 6월부터 본격적으로 치고 올라섰고, 7월 중순 1위에 안착한 뒤 그대로 순위를 지켜냈다. 풍부한 선발진과 막강 계투요원은 견고했고, 화룡점정을 찍은 '끝판왕' 오승환은 리그 최고의 방패였다.
다만 아쉬운 점은 "화끈한 공격야구로 올드팬들을 불러모으겠다"고 한 류중일 감독의 포부가 100% 이뤄졌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빠른 야구를 통해 팀 도루 1위 등을 달성한 것은 큰 성과지만 정작 화끈함은 찾기 힘들었다. 홈런왕, 타점왕에 장타율까지 석권한 최형우 말고는 딱히 두각을 드러낸 타자가 없다.
롯데가 삼성의 뒤를 이어 2위에 올랐다. 초보 양승호 감독은 4월~6월 극과극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였지만 7월부터 폭풍의 여름을 보내면서 끝내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시즌 초반 3루수 전준우, 좌익수 홍성흔, 마무리 고원준, 중간계투 코리 등 선수 활용과 관련된 여러 면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팬들의 큰 비난을 받았지만 여름 후 조급증을 버리고 차근차근 팀을 만들어간 결과, 1989년 단일리그 전환 후 처음으로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롯데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류중일 감독과 양승호 감독 모두 신임 사령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두 감독 모두 전임 감독이 닦아놓은 토대를 잘 활용하면서 이를 자신의 색깔에 맞춰 조화시켰다는 점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역시 팀 운영은 사령탑의 능력이고, 그 점에서 류-양 감독은 최고의 성과를 올린 셈이다. 이제 이들은 단기전에서의 지휘력 대결을 앞두고 있다.
2011 시즌 서울은 없었다서울팀들이 모조리 포스트시즌에 탈락했다. 우승후보 0순위로 평가받던 두산은 최종 5위로 시즌을 마감했고,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 독이 올랐던 LG는 또 다시 주저앉았다. 워낙에 약체로 분류됐지만 넥센 역시 반전 없이 첫 최하위로 고개를 떨궜다.
두산의 몰락은 충격적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우승후보로 예상했던 두산은 개막부터 붕괴된 선발진과 임태훈의 이탈 등 계투불안으로 투수진이 모두 무너졌고, 화력마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토종 20홈런 5명을 배출한 대포군단 두산의 모습은 2011년에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 과정 속에서 김경문 전 감독은 자진사퇴한 후 신생팀 NC 다이노스 초대 사령탑으로 이동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최종적으로 단독 5위를 차지했지만,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찌보면 망신만 겨우 면했다고 볼 수 있다.
진정한 수모는 LG가 당했다. 9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렸던 LG는 초반만 해도 선두다툼을 하면서 4강행은 충분할 것이라고 전망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내려앉더니 공동 6위로 시즌을 마쳤다. 4위 안착의 중요한 고비라고 판단했던 전반기 막판 넥센과의 3연전서 모조리 패한 후 7월26일부터 시작된 후반기서 총 18승 31패(무승부 제외)의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이는 후반기만 놓고 보면 전체 최하위 성적으로 LG팬들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청문회를 요구, 박종훈 감독과 주장 박용택의 사과를 받아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최종 순위 6위. LG의 2011년은 어찌보면 두산보다 더한 악몽이었고, 결국 박종훈 감독은 시즌 최종전을 앞둔 6일 오후 자진 사퇴, 계약기간 5년을 채우지 못하고 2시즌만에 물러나는 수순을 밟고 말았다.
넥센은 허망한 한 해를 보냈다. 전력상 약체라고 평가받았지만, 반격의 기회 한 번 잡아보지 못하고 최하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김시진 감독은 답답한 듯 연일 한숨만 내쉬었지만,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와중에 넥센은 유독 고비마다 LG의 발목을 잡으면서 4강 탈락에 결정적인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해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 경질, 이만수 감독대행의 신체제 SK'비룡군단'은 8개 구단 중 가장 큰 변화를 겪었다고 볼 수 있다. 단기간에 SK를 명문팀으로 일궈낸 '야신' 김성근 감독이 시즌 중 경질됐고, 그 자리를 이만수 감독대행이 메운 것이다. 재계약을 미루던 프런트에 발끈한 김 감독은 "올 시즌까지만 하겠다"고 선언했고, 그 이튿날 구단은 김 감독을 경질했다. 때문에 일부 SK팬들은 연일 항의를 하면서 구단 측의 태도에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휘봉을 잡은 후 한동안 고전하던 이만수 감독대행은 어느 정도 팀을 꾸려가면서 SK의 페넌트레이스 3위를 확정지었다. 시즌 막바지까지 롯데와 2위 경쟁을 벌였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 KIA와 준플레이오프에 돌입하는 상황을 맞았다.
포스트시즌 결과와 상관없이 이만수 감독대행의 거취 문제는 앞으로 큰 관심을 끌 전망이다.
부상 신음 KIA와 히트상품 '야왕'KIA도 아쉬움이 많은 시즌이었다. 전반기 승수를 쓸어담으면서 선두권에서 1위 다툼을 벌였지만 후반기 들어 줄부상에 신음하며 무너졌다. 다행히 4위로 턱걸이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결코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다. 후반기 들어 KIA가 거둔 승수는 단 18승(27패)으로 4강 탈락한 LG와 비교해도 딱히 나을 것도 없다. 그나마 4강권 버티기에는 성공하면서 포스트시즌서 자존심 회복에 나설 수 있는 기회는 가졌다.
한화는 올 시즌 그래도 행복했다. 함께 약체로 분류됐던 넥센과는 달리 무기력한 모습이 없었고, 끝까지 따라붙는 저력을 보여줘 상위권팀들을 괴롭혔다. 공동 6위로 마감했고 4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전력상 한화의 4강 탈락을 아쉬워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나름 최선을 다한 그들에게는 격려의 박수가 더 많았고, '독수리군단'은 다음 시즌 가능성을 보여주며 2011년을 마무리지었다. 특히 한대화 감독은 특유의 언변과 화끈한 승부를 자주 연출해 '야왕'으로 추대(?)받으면서 올 시즌 류중일, 양승호 감독과 함께 히트감독으로서 인기를 끌었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