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손아섭(롯데)이 밤새 잠을 제대로 못이루고 뒤척였을 법하다.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상황에서 나온 어이없는 병살타는 그 누구보다 본인 스스로 허탈했을 터다. 하지만 아직 시리즈가 끝난 것도 아니고, 롯데도 해볼 만하다. 팀 타선에서 차지하는 손아섭의 존재감을 생각했을 때, 그의 병살타 후유증 회복은 급선무다.
롯데는 1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6으로 팽팽하던 연장 10회초 구원 등판해 있던 부첵이 정상호에게 솔로포 일격을 얻어맞아 끝내 6-7로 패했다. 3회말까지 3-0으로 앞서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또 SK의 뒷심에 말려들어 무너진 셈이다.
특히 아쉬운 장면은 9회말에 나왔다. 5-6으로 뒤지던 8회말 이대호가 '천적' 정대현에게 좌전 1타점 적시타를 뽑아내면서 다시 동점을 일궈내자 사직구장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분위기 상으로는 롯데의 흐름이었고, 이후 9회말 선두타자 황재균(2루타)과 조성환의 연속안타로 상황은 무사 1, 3루가 됐다. 희생플라이 하나만 나와도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양종민의 대타로 나선 손용석은 투수땅볼로 돌아섰다.
여기까지만 해도 1사 2, 3루가 돼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김주찬마저 고의4구로 나가면서 롯데는 1사 만루라는 절호의 기회를 이어갔다. 긴급 구원등판한 정우람을 상대한 타자는 이날 시작부터 맹타를 휘둘러 3안타 1타점을 기록하고 있던 손아섭. 사직구장에 모인 이들은 모두 롯데의 승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손아섭이 때린 정우람의 초구는 2루수 앞으로 향했다. 결국 4-6-3 병살로 연결되면서 롯데는 끝내기 기회를 허망하게 날렸다. 이 장면이 사실상 1차전 패배의 결정적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손아섭은 이날 2번 타순에 배치돼 처음부터 맹활약했다. 홈런 포함 3안타 2타점 2득점에 고의4구를 기록한 톱타자 김주찬의 뒤를 이어 힘차게 치고 달렸고, 몸에 맞는 볼까지 얻어내면서 중심타선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병살타 한 개로 손아섭은 2011 플레이오프 1차전이 악몽으로 남게 됐다.
손아섭은 경기 전부터 자신감이 넘쳤다. "발목이 완벽한 상황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길 수 있다. 긴장이 안된다"고 주먹을 불끈 거머쥐었다. 의욕 넘친 표정으로 훈련에 열중한 손아섭은 든든한 롯데의 2번타자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결정적인 순간 아쉬운 타격을 한 손아섭이었고, 이제 양승호 감독과 선배들의 다독임이 필요하다. 손아섭은 팀내 확실한 좌타자로서 SK 불펜 공략의 선봉장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다. 양승호 감독은 일찌감치 그를 키플레이어로 지목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번 플레이오프서 손아섭의 역할을 무겁다고 할 수 있다.
이제 1차전 악몽은 모두 씻어내야 한다. 손아섭의 활약이 없다면 롯데가 SK를 누르고 한국시리즈 티켓을 거머쥐기가 쉽지 않다. 1차전의 잔상이 뇌리에 남아 앞으로의 플레이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상황이 더욱 최악이다. 손아섭은 그저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2차전에 임하면 된다.
조이뉴스24 사직=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사진 김현철기자 fluxus1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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