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올 시즌 SK 와이번스 마운드에서 최고의 히트상품을 꼽으라면 좌완 계투 요원 박희수가 될 것이다. 박희수는 지난 2006년 SK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무명 선수였다. 그러나 올 시즌 불펜에서 중용되면서 4승 2패 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1.88의 빼어난 성적을 거두며 빛을 보기 시작했다.
페넌트레이스에서의 좋은 활약은 생애 첫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기쁨으로 연결됐다. 단순히 엔트리에 포함된 것뿐만이 아니라 당당히 불펜의 '필승조'로 SK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큰 힘을 보탰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언제나 "박희수는 승리조"라고 말하고 다닌다.
그런 박희수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첫 패전을 기록했다.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박희수는 6회말 배영섭에게 뼈아픈 2타점 적시타를 내주며 1-2로 패한 팀의 패전투수로 기록됐다.
박희수는 플레이오프까지 팀이 치른 9경기 중 6경기에 등판했다. 승리조답게 등판한 6경기 중 5경기가 승리한 경기였고 3홀드를 기록했다. 한국시리즈 2차전은 7경기 등판 만에 첫 패전을 기록한 경기다. 이날 역시 박희수는 0-0 팽팽한 균형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승리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지만 배영섭의 한 방에 무너지고 말았다.
이번 포스트시즌 총 7경기에 등판한 박희수는 8이닝 동안 무려 12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그만큼 타자들이 치기 어려운 공을 던진다고 볼 수 있다. 이만수 감독대행도 "박희수 정도의 공이면 아무도 못 친다"며 박희수의 구위에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러나 문제는 점점 내용이 안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는 SK가 8-4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지만 박희수는 0.1이닝 동안 안타 2개 볼넷 1개를 내주며 3실점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 2차전 역시 1.1이닝 3피안타 2볼넷 2실점의 기록을 남겼다.
포스트시즌은 페넌트레이스와는 전혀 다른 무대다. 페넌트레이스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팀을 운영한다면 포스트시즌은 한 경기 한 경기에 총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선수들에게도 몇 배의 집중력과 체력, 정신력을 요구하는 것이 바로 포스트시즌이다.
박희수는 포스트시즌을 처음 경험한 것치고는 매우 훌륭한 피칭을 선보였다. 그러나 최근 실점이 잦아지며 힘이 떨어진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적시타를 맞은 것은 낮게 제구가 잘 된 공을 배영섭이 잘 따라가며 친 것이라 쳐도 그 전에 만루를 만들어준 상황이 아쉬웠다.
제 아무리 싱싱한 어깨를 갖고 있는 박희수라도 포스트시즌에서의 잦은 출장은 구위 저하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2연패를 당하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SK 입장에서는 '필승조' 박희수 카드를 앞으로도 활용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상대저으로 약한 선발진 탓에 남은 경기에서도 박희수의 등판 가능성은 여전하다.
박희수는 처음 밟아보는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다. 포스트시즌 '첫 패전'의 쓴맛을 봤지만 박희수는 성장 가능성이 더욱 높은 선수다. 패전투수가 됐던 쓰라린 기억을 잊지 않고 한 단계 올라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남은 한국시리즈에서 박희수의 등판 타이밍이 언제가 될지, 또 어떤 피칭 내용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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