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이제 다시 차우찬(삼성)이 출격한다. 기용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류중일 감독은 참고 또 참았다. 마지막 대미를 장식할 카드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삼성은 대망의 'V5'까지 단 1승만 남겨놓고 있다. 지난 29일 문학구장서 열린 SK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서 삼성은 초반부터 쌓아올린 득점과 상대의 추격을 끊어낸 불펜의 위용으로 8-4 승리를 거뒀다. 7회말 박재상에게 스리런포 한 방을 맞고 5-4까지 쫓겨 진땀을 흘렸지만, 역전드라마는 허용하지 않았다. SK의 뒷심에 힘든 경기였지만, 천금의 1승을 따냈고, 류중일 감독과 삼성 선수들은 환하게 웃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로써 삼성은 시리즈전적 3승 1패를 기록, 31일 잠실서 열리는 5차전서 승리하면 2011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게 된다. 분위기상 남은 세 판을 모두 이겨야 하는 SK의 역전시리즈는 힘들어보이는 상황. 삼성은 조금만 더 집중하면 의욕을 잃은 SK를 손쉽게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기 전 류중일 감독이 "4차전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 우승할 수 있는 결승전이나 다름없다"고 언급했듯 이날 4차전 승리는 그만큼 의미가 컸다.
그리고 류 감독은 5차전 선발로 차우찬을 예고했다. 가장 신뢰하는 투수를 내세워 더 이상 반격의 여지를 주지 않고 끝장을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사실 류 감독은 4차전에서 차우찬의 불펜기용을 고민했다. 당초 5차전 선발로 내정한 상황이었지만, 4차전의 중요성을 감안해 차우찬을 상황에 따라 불펜으로도 긴급 투입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3차전에서 패하면서 불안감을 느꼈고, 4차전만큼은 반드시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품고 있었다.
실제로 차우찬이 등판할 만한 상황도 나왔다. 초반 살얼음 리드 상황이었고, 4회말 4-1로 도망갔지만 1사 1, 2루에 몰렸을 때는 두번째 투수로 정인욱이 아닌 차우찬을 기용할 수도 있었다. 또 막판 권혁 대신 차우찬을 투입하면서 승리를 확실하게 매조짓는 시나리오를 선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차우찬을 끝내 아꼈고, 경기 역시 해피엔딩으로 끝나 마음 든든하게 5차전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차우찬은 한국시리즈 1차전서 선발 매티스의 뒤를 이어 3이닝 무실점 5탈삼진 퍼펙트 피칭으로 팀 승리를 견인, 포스트시즌 개인 첫 승을 올렸다. 류중일 감독은 "팀내에서 가장 구위가 좋아 불펜강화 차원에서 대기시켰다"고 언급했지만 실상 차우찬의 컨디션은 딱히 좋지 못했다.
차우찬 스스로도 "1차전 3회에 몸을 풀 때만 해도 느낌이 안좋았다. 정말 걱정이 됐다"며 "(1차전 호투는) 기적이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시즌 내내 밸런스 붕괴로 진땀을 흘렸지만, 가장 큰 무대에서 가장 멋진 피칭을 선보였던 셈이다.
어쨌든 그 호투로 인해 차우찬은 자신감을 회복했고, 현재는 '에이스'의 카리스마를 풍기면서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차우찬은 팀의 'V5'를 결정짓는 무대의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다. 2011년 마지막 임무다. 류중일 감독은 "차우찬이 이번 시리즈를 잘 해내면 내년부터는 한 단계 발전된 투수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학창시절까지 포함해 선수생활 중 단 한 번도 우승의 기쁨을 누려보지 못한 차우찬이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그의 목표는 '우승 쐐기투'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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