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언제 그랬냐는 듯 훈풍이다. 다시 돌아오라는 손짓에 "나는 두산맨"이라며 화답한다.
두산과 FA 김동주 사이에 해빙 무드가 완연하다. 불과 이틀 전만 해도 '배신감'이라는 단어까지 나왔다. 그러나 구단이 '큰 형님'처럼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두산 구단은 23일 "김동주가 돌아오면 기존에 내놓은 계약 조건만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타 구단과의 협상 기간이 남아 있지만 재협상을 갖게 되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에 김동주 역시 얼어붙은 마음이 녹은 모습이다. 그는 "아직도 두산 말고는 가고 싶은 곳이 없다. 다른 곳에서 오퍼가 와도 우선 두산과 얘기하겠다. 아직도 내 마음은 두산에 있다"고 화답했다.
그간 계약 기간 등 조건을 두고 자존심 싸움을 벌였지만 결국 안착할 곳은 '친정팀'뿐이라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여기에는 현실적인 고민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부터 김동주는 두산을 제외한 8개 구단과 FA 입단 협상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사상 최대의 'FA 대이동'이 벌어진 것과 달리 김동주를 찾는 구단은 없었다.
현금만 최대 21억원을 지불해야 하는 보상금이 너무 무거웠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김동주는 "1년 쉬어도 상관 없다"며 '배수의 진'까지 마다하지 않을 듯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판단 끝에 결국 구단이 내민 손을 잡기로 한 것이다.
야구계에선 두산과 김동주의 이런 모습을 두고 '장기' 또는 '체스'에 비유하기도 한다. 서로 내놓을 수를 미리 알고 있는 상황에서 나란히 으름짱만 놓은 것이라는 평이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애당초 둘이 갈라서기는 어려웠다. 처음이면 모를까 이미 이런 경험을 해본 사이 아닌가. 두산이 처음부터 여유를 보인 것, 으르렁대던 김동주의 태도가 돌변한 것처럼 보이는 것도 예상됐던 일"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하지만 아직 속단하기는 어렵다. 두산과 김동주는 다음달 10일 이전에는 접촉할 수 없다. 타 구단과의 협상 기간 중 어떤 변수가 발생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김동주가 다시 두산의 품에 안길 가능성이 무척 높아졌다. 재협상 시 또 난관을 만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다음 일이다. 그 때 가서 절충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방황하던 '두목곰' 김동주의 귀환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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