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들자 이별이었다. 2011 신인지명회의에서 3라운드(전체24번)로 KIA에 지명돼 프로 데뷔 첫 시즌을 보냈으나 22일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LG에 2라운드 지명돼 팀을 옮기게 된 외야수 윤정우 이야기다.
광주일고-원광대를 졸업한 그는 고향팀 KIA에 입단해 선배들의 보살핌과 조언 속에서 한 시즌을 보냈다. 상상 그 이상으로 많은 훈련량이 버거웠지만 운동 외적인 면에서는 큰 어려움 없이 보낸 데뷔 시즌이기도 했다.
그는 대주자 요원으로 자주 1군 무대에 모습을 보였다. 타석에 나설 기회는 많지 않았다. 총 29경기서 18타석 16타수 1안타(2루타 1개) 3도루. 보잘 것 없는 성적이지만 스스로 1군 무대를 밟아보고 감을 익혔다는 것에 의미를 뒀다. 시즌을 마치고 더 나은 모습을 다짐하며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 훈련에 참가했는데 22일 오후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운동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을 때 그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직감했다. 삼삼오오 무리를 이룬 선배들이 수군거리는 걸 보고 '혹시 내가 아닐까?' 짐작했고, "어느 팀이냐"는 질문을 하자 LG라는 답이 돌아왔다.
2차 드래프트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40명 보호선수 명단 속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 아니었다. 이제 갓 프로 입단한 자신을 선택해줄 팀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3일 오후 윤정우는 미야자키를 뒤로한 채 귀국길에 올랐다. 자신을 지명한 LG 프런트로부터 곧장 잠실야구장내 구단 사무실을 들렀다가 진주 마무리 캠프지로 이동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기분요? 좋다고 해야죠. 잘 모르겠어요. 제 마음을…" 윤정우는 허탈한 미소를 머금고는 복잡한 심경을 말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겨우 팀 분위기를 익혀 운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는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맘에 걸려요. 지금껏 생활해왔던 광주가 아닌 서울이라는 점도 낯설고… 그래도 선배들이 LG에도 (광주)일고 선배님들 많으니까 걱정 말라고 위로해 주시더군요. 김기태 감독님, 최태원 코치님, 박준태 코치님, 또 (이)대형이 형, (정)성훈이 형, 서성종 형도 있고. 그나마 다행이다 싶어요."
평소 LG 구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느냐라는 질문엔 "서울팀 하면 LG잖아요. 관중도 많고 열정적인 팬들도 많으시고. 전 서울팀 하면 LG가 가장 먼저 생각났어요. 프로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 뛰어보고 싶은 팀 아닌가요? 물론 고향팀이 좋기야 더 좋지만요.(웃음)"
나란히 데뷔 첫 해를 보낸 같은 대졸출신 외야수 중에서 자신이 2차 드래프트 대상이 됐다는 것에 대해선 다소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종욱이야 상무 가려고 하니까 빠졌다고 쳐도 (정)진호, (김)헌곤이 모두 (보호선수에) 포함된 것 같아요. 다 제가 못한 탓이겠죠.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그래서 더 오기가 생기네요."
자신의 데뷔 첫 해 성적에 대해서는 100점 만점에 10점 정도라고 잘라 말했다. "그나마 3번 도루를 시도해 다 성공했다는 점에서 10점 줄래요. 타석에 설 기회가 자주 있질 않다 보니까 잘 해야겠다는 마음만 앞섰던 것 같아요. 매 게임 몇 타석씩 주어지던 대학 때와는 완전 다르니까요. 그래서 이번 동계 캠프 땐 타격 쪽에 신경을 쓸 생각이었어요."
화려한 멤버로 구성된 LG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빠른 발에만 의존해서는 힘들 것이라는 기자의 조언에 그는 KIA도 만만치 않다며 류재원, 이호신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어느 팀이건 외야 쪽은 신인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잖아요. LG도 그렇고… 일단 하루빨리 팀에 적응해 방법을 찾아야죠."
윤정우는 작년 대학 대표로 함께 했던 김남석(내야수) 정병곤(내야수), 한 살 아래 조윤준(포수) 등과 함께 할 수 있게 된 점을 언급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남석이, 병곤이는 전화했더라구요. 잘 해보자고.(웃음) 일고 선배님들 믿고 동기들 의지하며 다시 출발해야죠."
윤정우는 188cm 85kg의 다부진 체격으로 국내 프로야구계 우투우타 외야수 중에선 가장 빠른 발을 갖추고 있는 장거리포로 평가되고 있다. 아직 인지도 면에서는 크게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LG의 선택은 나쁘지 않다고 보여진다.
이제 남은 건 그가 LG에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감을 보여주느냐다. 고향팀을 떠나야 한다는 건 분명 서운한 일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반겨주는 LG에서 꼭 성공하겠노라 다짐했다. 윤정우가 이번 2차 드래프트에 지명된 27명 가운데 성공 사례로 남는 선수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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