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결전의 날이 밝았다.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팀으로서는 사상 첫 아시아시리즈 정상에 도전한다.
삼성은 29일 대만 타이중구장에서 일본시리즈 우승팀 소프트뱅크와 결승전을 치른다. 삼성에게는 우승과 함께 예선에서 당한 0-9 참패를 설욕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져 있다.
예선에서도 확인했듯이 아직 한국과 일본의 실력차는 엄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정예멤버들끼리의 대결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예선 패배도 1.5군 투수들을 기용하면서 벌어진 결과였다.
총력전을 펼칠 결승전에선 예선과 같은 결과가 벌어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세 번째 아시아시리즈에 출전한 삼성의 첫 우승을 위한 조건은 무엇이 있을까.
◆장원삼이 버텨줘야
삼성의 최대 강점은 마운드, 특히 오승환이 버티고 있는 불펜이다. 안지만이 군사훈련을 이유로 전력에서 제외됐지만 정현욱, 권오준 등 필승조가 건재하다. 이들이 리드 상황을 오승환까지만 연결시켜준다면 삼성의 승리는 유력해진다.
문제는 불펜 필승조가 가동될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선발 장원삼이 최소 4~5이닝은 버텨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장원삼은 지난 25일 호주의 퍼스 히트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서 6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결승전 등판은 3일만이다.
등판 간격이 짧아 무리일 수 있다. 올 시즌 장원삼은 3일 휴식 후 등판이 한 차례도 없었다. 선발 투수가 부족한 팀 사정상 어쩔 수 없는 등판이다.
삼성은 이번 대회 내세울 선발 투수가 장원삼, 배영수, 정인욱 뿐이다. 배영수는 27일 대만 퉁이전에 등판했고, 정인욱은 장원삼이 무너질 경우를 대비해 불펜에서 대기한다. 장원삼이 퍼스 히트와의 경기에서 공 85개 만을 던지며 체력 안배를 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전통적으로 일본 팀이 한국의 좌완 투수에 약했다는 점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대대로 '일본킬러'라고 불려온 투수들은 모두 좌완이었다. 이선희, 구대성, 봉중근, 최근에는 김광현까지 유독 일본은 한국의 좌완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좌투수인 장원삼에게 기대를 걸어볼 만한 이유다.
◆발야구를 막아라
예선전 0-9 참패는 소프트뱅크의 발야구를 묶지 못한데서 기인했다. 삼성은 무려 7개의 도루를 헌납하며 속절없이 무너졌다. 소프트뱅크 주자들은 삼성 내야진을 농락하며 베이스를 훔쳤다.
소프트뱅크는 올 시즌 일본 양대리그 12개 팀 가운데 가장 많은 180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기동력을 앞세워 일본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올 시즌 60도루를 기록한 혼다 유이치와 31도루를 성공한 가와사키 무네노리는 정작 삼성전에서 뛰지 않았다. 그만큼 팀 전체에 뛸 수 있는 선수가 많다는 뜻이다.
예선전에서는 1군 경험이 거의 없는 이동걸이 마운드에 있었다는 것도 많은 도루를 허용한 원인이다. 이동걸은 투구폼이 크기도 하지만 주자에 신경을 쓸만큼 경험이 풍부한 선수가 아니다. 소프트뱅크는 이런 틈을 놓치지 않았다.
달리 말하면 주전 투수들이 등판할 결승전에서는 예선만큼 도루를 허용할 가능성이 적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선발 장원삼은 좌투수다. 주자를 묶는데 유리하다.
많은 점수가 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결승전. 결국 한 두점 싸움으로 승부가 난다고 보면 도루 하나가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삼성이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소프트뱅크의 발을 꽁꽁 묶어야 한다.
◆터져라 방망이
상대 발야구를 봉쇄하고 마운드가 버틴다고 해도 점수를 내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 방망이가 힘을 내야 한다.
다행히 대만 퉁이전에서 삼성은 활발한 공격력을 선보이며 6-3으로 승리했다. '4번타자' 최형우는 대회 첫 손맛을 보기도 했다. 팀 전체적으로 타격 컨디션은 좋은 편이다.
소프트뱅크 선발은 우완 이와사키 쇼가 유력한 상황이다. 장신을 이용해 던지는 빠른 직구가 주무기다. 이와사키의 뒤에는 선발 요원인 셋츠 다다시가 버티고 있다.
삼성만큼 소프트뱅크도 불펜이 좋은 팀이다. 불펜의 힘으로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리드를 잡으면 모리후쿠 마사히로, 마하라 다카히로 등 불펜 필승조가 등판해 뒷문을 걸어잠근다.
소프트뱅크와 마찬가지로 삼성도 불펜 필승조가 등판하기 전 승부를 득점을 올려야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