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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의 화려한 귀환, '벤치신세' 박주영 결단 내몰려


[이성필기자] '왕의 화려한 귀환'에 박주영(27, 아스널)의 희망은 또 사그라들었다. 축구대표팀 최강희 감독의 말마따나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아스널은 10일 새벽(한국시간)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2012 잉글리시 FA컵 리즈 유나이티드(2부 리그)와 64강전에서 후반 33분 터진 티에리 앙리(34)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겼다.

박주영의 출전을 예고했던 아르센 벵거 감독은 너무나 잘 알고 아스널에서 검증된 앙리 카드를 선택했다. 박주영도 벤치에 대기시켰지만 앙리를 먼저 교체로 그라운드에 내보냈고 박주영에게는 끝내 출전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다.

후반 교체 투입된 앙리는 알렉스 송의 패스를 기막힌 움직임으로 받아 오른발 감아차기 골로 연결하며 2개월 임대로 자신을 불러준 친정팀에 대한 보답을 확실하게 했다. 오프사이드 함정을 무너뜨리며 뽑아낸 골로, 경험에서 오는 노련함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전성기 시절에 비해 스피드는 떨어졌지만 순간적인 움직임과 결정력은 명불허전이었다.

이런 모습을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던 박주영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8경기 결장 끝에 기다려온 출전 기회라 간절함은 더욱 컸다. 마침 제르비뉴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을 준비하는 코트디부아르 대표팀에 차출돼 출전 가능성은 높아 보였다.

그러나 벵거 감독이 선택한 '구관이 명관' 앙리 카드는 골로 증명되면서 박주영의 입지는 더 줄게 됐다. 아스널 입단 후 여태껏 칼링컵 3경기 출전 1골, 챔피언스리그 1경기 출전이 전부인 박주영은 인내심에 한계가 닥친 상황이 됐다.

무엇보다 아스널 팬들의 앙리에 대한 환호와 존경심은 상대적으로 박주영을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이 된다. 앙리는 기립박수를 받으며 단 한 경기 교체출전으로 아스널의 '살아있는 레전드'임을 각인시켰다. 자연스레 박주영과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정규리그에 나서려면 팀 부동의 주전 공격수인 로빈 판 페르시도 넘어서야 한다. 그나마 한 가닥 희망은 경쟁자 중 한 명인 안드레이 아르샤빈의 처지는 기량에 벵거 감독이 불만을 표시했다는 점이다. 향후 교체 옵션으로 박주영이 지속적으로 대기명단에 포함될 수는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개인의 기량 유지를 위해서라도, 출전 기회를 좀처럼 얻지 못하고 있는 박주영의 결단은 필요해 보인다. 지난해 여름 팀을 찾는 과정이 길어지면서 박주영은 실전 공백이라는 문제를 달고 있었다. 아스널 입단 후에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오히려 더 큰 문제로 다가왔다.

오랜 결장은 월드컵 예선이라는 중요한 일정을 앞둔 최강희호에도 악재다. 최 감독은 지난 5일 신년 인터뷰에서 "해외로 나간 선수들의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자신에게 맞는 팀을 선택하고 신뢰감을 주는 지도자를 만나 경기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좋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팀과 맞지 않고 경쟁에서 뒤처진다면 한국축구 전체의 손실이다"라고 말했다.

해외파 전체에게 전하는 말이었지만 사실상 박주영을 염두에 둔 언급이다. 최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박주영-이동국(전북 현대) 투톱을 구상하고 있다. 박주영이 소속팀 아스널에서 계속 기회를 얻지 못한다면 이적, 임대 등으로 팀을 옮기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박주영에게 마지막 기회는 네이션스컵 기간이다. 마루앙 샤막(모로코)까지 대표 차출된 뒤에도 출전이 쉽지 않을 경우, 자신을 위해 무언가 선택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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