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KIA 김상현이 1루수로 변신한다.
원래 포지션이 3루수였던 김상현은 2011시즌을 앞두고 좌익수로 전업했다. 일본에서 돌아온 이범호가 팀에 가세함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김상현은 지난 시즌 101경기 중 75경기를 좌익수로 뛰었다.
시즌 후반에는 종종 1루수로 나섰다. 최희섭의 부상으로 1루가 공석이 되자 조범현 전 감독은 김상현을 16차례 1루수로 기용했다. LG에서 KIA로 옮긴 2009년 1차례, 2010년에는 11차례 1루수로 나선 바 있어 전혀 낯선 자리는 아니었다.
3루수에서 좌익수로, 다시 1루수로.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야 했던 김상현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수비 포지션이 확정되지 않아 타격에만 집중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김상현은 지난 시즌 후 선동열 감독 체제로 바뀌자 새로 부임한 이순철 수석코치를 찾아갔다. "코치님. 저 외얍니까, 내얍니까? 포지션을 정하고 타격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이에 이 코치는 "감독님은 1루를 생각하고 있다. 거기에 맞춰 훈련하면 될 것이다"고 조언했다.
김상현의 1루수 보직은 최희섭의 빈 자리를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 KIA 구단에 따르면 현재 최희섭은 건강 문제 때문에 팀 훈련에서 제외됐다. 오는 15일부터 미국 애리조나 서프라이즈에서 실시하는 스프링캠프에도 불참한다. 최희섭의 정상 합류가 불투명해지자 KIA는 1루 공백을 김상현에게 맡기기로 했다.
"외야든 내야든 한 포지션에 정착하고 싶다"는 것이 김상현의 뜻이었다. 이 코치는 이런 김상현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김상현이 마음을 독하게 먹은 것 같다. 훈련 태도도 아주 좋다. 자신의 포지션을 묻는 것도 다음 시즌을 제대로 준비하고 싶다는 의지 아니겠나."
누구보다 명예회복이 절실한 김상현이다. 2009년 홈런과 타점, 장타율 1위를 차지하며 타이거즈의 10번째 우승을 이끈 김상현은 이듬해 무릎과 허리 부상으로 79경기 출전에 그치고 말았다.
부상은 끈질기게 김상현을 따라다녔다. 지난 시즌에는 허리, 무릎 통증뿐 아니라 왼쪽 광대뼈 함몰 부상까지 겹쳤다. 시즌 성적은 타율 2할5푼5리(357타수 91안타) 14홈런으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4번 타자인 최희섭마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많아지며 팀 성적은 점점 떨어졌다. 결국 KIA는 4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순철 코치는 김상현의 부상과 부진의 이유로 정신력을 꼽았다. "그동안 욕심이 앞섰다. 타격의 가장 큰 적은 욕심이다. 몸이 경직되면서 유연성이 떨어지고, 파워와 스피드도 덩달아 하락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홈런왕도 해봤던 선수 아닌가. 평정심만 찾는다면 다시 올라갈 수 있다."
그리고 비로소 이 코치의 눈에 김상현의 변화가 감지됐다. 이 코치는 "김상현이 진지해졌다. 자율 훈련 동안 준비를 철저히 해왔더라.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다"며 "의욕적인 모습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흡족해 했다.
이 코치는 "최희섭을 정상 전력에 포함하기 어려워졌다. 김상현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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