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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실한 대전, 벌떼축구의 근원은 '악과 깡'


[이성필기자] 올 시즌 K리그는 스플릿 시스템(Split System)을 실시해 14개팀이 1부리그에 잔류하고 2개팀이 강등되는 운명을 맞이한다. 사실상 상주 상무를 제외하면 한 팀이 2부리그로 내려간다. 강등된 팀은 운이 좋으면 2년 뒤에나 1군 무대 복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자칭 원조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은 운명의 갈래에 서 있다. 강등제 도입으로 시도민구단들이 위험한 상황에 놓였고 그 중에서도 대전이 1순위 후보라는 전망이 많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대전은 지난해 12월 전 구단 가운데 가장 먼저 훈련에 나서며 올 시즌을 준비했다. 좋게 보면 살아남기 위한 기초를 다지는 것이었지만 속내는 15위로 마무리한 지난 시즌이 일찍 끝나버려 시간이 남아돌았던 것을 활용해야 하는 아픔이 숨어있다.

대전은 1월에는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기초체력과 전술훈련에 심혈을 기울였다. 1천600m의 고지에서 숨을 헐떡이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고, 현재는 제주에서 잦은 연습경기로 조직력을 만들고 있다. 오는 10일에는 인근에서 훈련중인 포항 스틸러스와 실전과 비슷한 연습경기로 전력을 점검한다.

6일 오후 대전은 제주 서귀포 걸매구장에서 원광대와 연습경기를 가졌다. 제주 전훈에서 치른 다섯 번째 경기, 3-0으로 승리했지만 선수들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알고 보니 주장 이호가 유상철 감독에게 다섯 골 이상 넣으면 앞으로 선수단의 외출을 유연하게 해달라는 제안을 했던 것. 경기를 지켜본 한 대전 관계자는 "어제 외출하고 오더니 살짝 군기가 빠진 모양이야"라고 웃었다.

그만큼 대전은 여유 없이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타 팀에 비해 약한 전력에 선수층이 두껍지 못해 더 많이 뛰며 경기 감각을 익혀야 한다. 외출 허가를 받았던 날도 대부분의 선수는 숙소 인근에서 개인 훈련을 하며 나태함과 거리를 뒀다는 후문이다.

대전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제주를 찾은 다수 대학팀은 대전 외에도 강원FC, 울산 현대, 포항 스틸러스와 연습경기를 치르고 있다. 자연스레 간접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모 대학팀 감독은 "제주에 온 프로팀 중 대전이 제일 떨어져 보이는 것 같다. 포항이나 울산은 경기만 했다 하면 5-0, 6-0으로 이기더라. 유상철 감독이 고민이 많을 것 같다"라고 냉정한 평가를 했다.

지난해 대전은 K리그를 뒤흔든 승부조작 파문에 선수들이 대거 연루되면서 리그 도중 왕선재 전 감독이 물러나는 등 풍파를 겪었다. 만신창이가 된 상황에서 사령탑에 오른 유상철 감독은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이제서야 감을 잡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 투성이다. 깔끔한 외모는 온데간데없고 수염이 덥수룩해진 것도 신경쓰지 못할 정도로 하루하루 팀을 만드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등' 걱정을 묻자 그저 웃기만 한 유 감독은 "열심히 해야지 별 수 있겠어요"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나 세간의 시선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는 그는 "아직까지 팀이 완성되지는 않았다. 시즌 개막에 맞춰서 잘 만들어가고 있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울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정경호(32), 김형범(28)의 영입은 큰 힘이다. 케빈 오리스(벨기에), 레오나르도 레우징유(브라질) 등이 합류하고 바바(일본)와 재계약하면서 전력 구성의 큰 틀을 잡았다. 국내, 외국인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면 어느 팀과도 해볼 만하다는 것이 유 감독의 판단이다. 전원 공격, 수비를 의미하는 '벌떼축구'는 올 시즌 대전의 '벼랑 끝 승부수'다.

악으로 뭉친 선수들의 강한 심리도 시즌을 기대하는 요인이다. 다른 시즌과 달리 연습 경기에서는 살기와 집중력이 느껴진다. 예년 같았으면 연습경기에서 상대와 경합 중 볼이 애매하게 아웃되면 멀뚱멀뚱 보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였지만 지금은 선심에게 강하게 항의하는 등 승부 근성을 바로 세우고 있다.

'강등 1순위'라는 주위의 수군거림을 속으로 꾹 누르고 있는 대전 선수들은 '그래! 기다려봐라'는 마음들로 가득하다. 최선참 정경호는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당연히 기분이 안 좋게 마련이다. 선수들에게도 가슴에 담아뒀다가 나중에 한 번에 풀어내자고 말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이뉴스24 서귀포=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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