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한 시즌을 준비하는 데 있어 주요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하는 것처럼 허무한 일은 없다. 특히 조직력을 만드는 동계훈련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사람이 귀한 대전 시티즌에서 부상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일이다. 자금력이 풍부한 다른 구단들은 '더블 스쿼드' 등 대체 자원을 구축해두고 있지만 선수층이 엷은 대전에서는 그저 부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대충 할 수도 없는 일, 경험 많은 정경호(32)나 김형범(28) 등이 합류해 '프로의식'을 강조하면서 대전의 훈련 분위기는 실전처럼 뜨거워졌다. 연습경기에서도 상대와 부딪혀 나뒹구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7일 눈보라가 몰아치는 가운데 제주도 서귀포 중문구장에서 열린 단국대학교와의 연습경기에서는 2009년 신인왕 후보였던 이슬기(26)가 상대와 볼 경합 도중 얼굴을 가격당해 코피를 흘렸다. 유니폼에 피가 흥건할 정도였다. 놀란 김광재, 이규성 재활트레이너가 뛰어가 살핀 뒤 곧바로 벤치로 불러들였다.
코뼈 골절이 의심됐지만 다행스럽게도 타박으로 큰 충격만 받았다.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대전으로선 철렁했던 순간이었다.
대전 구단이 부상에 민감한 데는 1월 멕시코 전지훈련부터 안타까운 부상자가 계속 나왔기 때문이다. 미드필더 황진산이 멕시코 프로팀과 연습경기 중 가격당해 왼쪽 콧등 안쪽 부분이 크게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즉시 가장 빠른 항공권을 수소문해 국내로 돌려보냈을 정도였다. 황진산은 현재 복귀해 훈련을 소화하며 몸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상철 감독을 쓰리게 만든 부상은 야심차게 전북에서 임대 영입한 김형범의 이탈이다. 김형범은 왼쪽 발목 근육에 이상이 생겨 제주 전지훈련 도중 대전으로 이동해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의욕적으로 멕시코-제주 전지훈련을 하며 몸상태를 끌어올리고 있었던 터라 아쉬움은 더욱 컸다.
프리킥이 일품인 김형범은 전북에서 부상으로 긴 시간을 울었다. 2007년 3월 수원 삼성전에서 오른 무릎 인대와 십자 인대를 다쳤고 이듬해 11월 성남 일화와 6강 플레이오프에서 오른 발목을 다쳤다. 재활끝에 2009년 7월 수원전에 복귀했지만 교체출전 10분 만에 수비수 곽희주와 볼 경합 도중 넘어지며 오른 무릎 십자 인대가 파열됐다.
잊혀가던 김형범에게 손길을 내민 이가 울산 시절 함께 선수 생활을 했던 유 감독이었다. 1년만 대전에서 함께하며 기량을 되찾자는 제안이었다. 당시 전북을 지휘하던 최강희 감독도 흔쾌히 허락했다. 간절하게 이룬 임대라 부상 재발은 유 감독에게도 아픈 일이다. '좌(左) 경호 우(右) 형범' 라인을 내세워 '벌떼 축구'의 엔진을 가동하고 싶었던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다.
유상철 감독은 "일단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그래도 다시 몸을 끌어올리고 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중요한 개막전 때 어느 정도 뛰게 하고 싶었는데, 힘들다면 무리하게 기용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면서도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겠다"라고 애석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조이뉴스24 서귀포=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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