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우리야 매 경기가 결승전이죠."
지난해 용인시청의 재정난 때문에 팀 해체라는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던 용인시청 여자 핸드볼팀은 우여곡절 끝에 SK루브리컨츠로 재탄생했다.
든든한 모기업의 힘을 얻은 SK루브리컨츠는 공개테스트로 전력보강을 하는 등 빠른 팀 정비에 힘을 쏟았다. 15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체육공원 SK핸드볼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2 핸드볼코리아리그에 SK루브리컨츠가 드디어 첫 선을 보였다.
경기 전 김운학 감독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취재진의 물음에 조용히 답을 하다가도 연습하는 선수들이 부족해 보였는지 몇몇 선수에게 다가가 "이 동작에서는 이렇게 움직여야지"라며 즉석 과외에 나서기도 했다.
첫 경기답게 응원단도 동원됐다. 모기업의 직원들과 일반 팬들로 구성된 응원단은 SK루브리컨츠를 일방적으로 응원하며 힘을 실어줬다.
풍족한 여건이 갖춰졌지만 김 감독은 몸을 낮췄다. 첫 상대인 광주도시공사가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이다. 광주도시공사는 지난해 최하위였지만 김 감독은 "일단 해봐야 아는 것이다"라며 경계했다. 전신이었던 용인시청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근 세 시즌 치른 대회에서 두 차례나 3위에 오른 것도 은근히 부담으로 작용했다.
뚜껑을 열자 SK루브리컨츠 선수들은 날아다녔다. 전반을 19-9로 확실히 리드할 정도로 깔끔한 플레이가 이어졌다. 광주도시공사는 공격마다 실책을 연발하며 기가 오른 SK루브리컨츠에 끌려다녔다. 전 국가대표로 용인시청의 해체 위기에 2010년 12월 핸드볼을 떠났다가 김운학 감독의 설득으로 이름을 개명하고 돌아온 남연지(전 남현화)는 전반 공격성공률 100%(9골)를 기록하며 일방적인 경기의 선봉에 섰다.
후반에도 비슷한 경기 흐름은 이어졌다. SK루브리컨츠는 4분45초 남연지의 7m스로 성공을 시작으로 김정순이 중앙을 파고들어 강한 슛을 날리는 등 12분께 25-11로 멀찌감치 달아났다. 그것으로 경기는 끝이었다. 광주도시공사는 실수 남발로 무너지며 SK루브리컨츠의 창단 첫 승 제물이 됐다. 최종 점수는 31-19, SK루브리컨츠의 완승이었다. 남연지는 12득점으로 경기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한편, 지난 시즌 준우승팀 Wonderfull삼척(이하 삼척시청)은 Colorful대구(이하 대구시청)에 고전 끝에 27-23으로 이겼다. 심해인이 7골을 넣으며 경기 MVP에 선정됐고 우선희(6골), 정지해, 유현지(이상 5골) 등이 고루 골맛을 보며 승리를 합작 제조했다.
최근 세 시즌 중 두 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던 삼척시청은 선수들의 고른 득점을 앞세워 전반을 14-11로 마쳤다. 그러나 후반, 대구시청의 수비에 묶였고 11분 19-20으로 역전을 허용했다.
특히 올해 강원도 태백 황지정보산업고를 졸업하고 대구시청에 입단한 김진이(8득점)의 타점 높은 슛을 막지 몫하며 힘든 경기를 했다. 김진이는 열아홉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179㎝의 신장을 앞세워 삼척시청을 괴롭혔다. 지난해 주니어 대표팀으로 아시아선수권 11연속 우승에 매 경기 10득점 이상으로 공헌하는 등 차세대 거포 기질을 마음껏 뽐냈다.
정신을 차린 삼척시청은 우선희의 득점으로 21-21 동점을 만든 뒤 유현지, 정지해, 장은주의 연속 득점으로 순식간에 25-21로 도망갔다. 추격하던 대구시청은 연이어 실책이 나오면서 자멸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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