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대패를 당했지만 이흥실 감독대행에게는 큰 경험이자 학습이었다.
전북 현대는 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리그 광저우 헝다(중국)와 1차전에서 1-5로 완패했다.
지난 3일 성남 일화와 K리그 개막전에서는 공격 축구 겨루기를 벌여 3-2로 승리하며 이흥실식 '닥공(닥치고 공격)'을 보여줬던 전북이기에 광저우전 대패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중국 우승팀 광저우의 위력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단 한 경기였지만 전북은 많은 것을 잃었다. 수비의 리더이자 닥공 축구의 출발점인 중앙 수비수 조성환은 전반 25분 볼 경합 과정에서 장린펑의 고의성 짙은 가격에 꼬리뼈 골절을 당해 최대 6주 동안 결장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장린펑의 축구화 스터드가 확실히 보일 정도로 위협적인 태클이었다.
지난해 주장에 선임돼 27경기를 소화한 리더 조성환의 부재로 전북은 중심이 무너졌다. 조성환이 벤치로 나간 뒤 측면이 무너지며 대량 실점한 것이 심각성을 잘 드러내준다다. 이강진, 심우연 등 대체 수비수가 있지만 스타일이 달라 향후 정규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운영에 상당한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선수들의 자신감도 급격하게 저하됐다. 경기력 자체는 나무랄 데 없었지만 대량 실점으로 심리적인 충격이 상당했다. 에닝요는 화를 삭이지 못해 심판 몰래 상대 선수와 충돌하는 등 조직력에 균열이 생겼다.
전북이 홈에서 다섯 골을 내주며 패한 것은 이흥실 대행이 지난 2005년 코치로 부임한 뒤 두 번째 있는 일이다. 2009년 6월 27일 강원FC에 2-5로 패했다. 그래도 당시에는 서로 공격을 주고받는 난타전을 벌였지만 광저우전에서는 너무나 무기력했다.
그나마 시즌 초반에 닥친 충격이라는 점이 위안거리라면 위안거리, 이흥실 대행으로서는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큰 경험을 했다.
이제 전북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 대행의 위기 극복 시스템 가동 능력에 쏠린다. 이 대행은 2005년 최강희 감독 부임부터 지난해까지 코치로 그림자 역할을 하며 위기 대응 시스템의 뼈대를 만들었다. 초보 사령탑이지만 상황별 대처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선수단의 심리 상태를 조율하는 것이 급해졌다. 김정우는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북 데뷔전을 치러 아쉬움을 남겼고, 성남전에 야심차게 내세웠던 풀백 진경선-윙어 박원재 조합은 여전히 적응 중이다. 선수들 스스로 현 시스템이 맞을까를 두고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전북 관계자는 "감독님이 광저우전을 앞두고 선발진 구성에 대한 큰 고민을 했었다. 아마 패한 뒤 성격상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승부근성이 강한 지도자인데 좋은 약이 됐을 것으로 본다"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이흥실 대행은 "조성환의 부상 이후 선수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졌다"라고 광저우전 패인을 진단한 뒤 "원정에서는 멋진 승부를 하겠다'라며 설욕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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