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지난 시즌 박주영(27, 아스널)이 뛰고 있던 프랑스 리그1 AS모나코는 2부리그로 강등됐다. 주전 공격수였던 박주영에게는 갈림길에 선 순간이었다. 국내로 복귀해 병역 의무를 이행하며 후일을 도모하느냐, 해외 클럽을 찾아 선수 생활을 계속하느냐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이 때 프랑스 리그 정상권팀인 릴OSC의 입단 제의가 들어왔다. 군 입대 문제가 부각되면서 협상이 진전되지 않았지만 릴은 꾸준히 박주영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박주영 측도 8월 말 릴과의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프랑스 언론에서도 릴이 모나코와 이적료 협상을 마무리했고 메디컬테스트까지 마쳤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박주영은 돌연 영국으로 떠난 뒤 아스널과 입단 계약을 맺었다. 릴과 메디컬테스트까지 받는 등 걸림돌이었던 병역 문제에 대해 서로 합의하며 사실상 입단을 목전에 뒀던 상황이었다.
아스널은 박주영의 병역 의무 사항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모나코가 책정했던 600만 유로(약 92억원)의 이적료를 지불할 의사도 있었다. 비난은 상당했지만 당시 박주영 측은 아르센 벵거 감독의 전화 한 통이 릴에서 아스널로 행선지를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프랑스 축구전문잡지 프랑스 풋볼에서는 릴이 모나코에 박주영의 이적료로 300만 유로(약 46억원)를 지불하려 했지만 아스널이 한국 선수로는 최고의 이적료인 1천200만 유로(약 184억원)를 제시해 계약이 성사됐다고 보도했다. 박주영이 가진 병역미필이라는 제약 조건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 이런 거액의 이적료 지불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의문은 결국, 16일 박주영의 병역 의무 이행이 미뤄진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해소됐다. 박주영 측은 AS모나코에서 뛸 당시 모나코 왕실이 10년 장기체류차격을 부여했다고 전했다. 영주권이 없는 모나코에서 박주영의 활약을 인정해 장기체류자격을 줬다는 것이다.
현행 병역법에서는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대상자의 해외 체류를 제한하고 있지만 영주권 제도가 없는 국가에서 5년 이상의 장기체류 자격을 얻고 1년 이상 거주하면 만 37세까지 국외여행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008년부터 3년간 모나코에서 활약한 박주영에게는 적격이었다. 현재 박주영은 만27세(1985년 7월생)로 고려대 교육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해외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면 2014년 6월까지 입영을 연기할 수도 있지만, 모나코 장기체류자격으로 2022년 12월 31일까지 병역 연기가 가능해졌다.
박주영 측은 지난해 7월 한 법무법인에 의뢰한 결과 영주권 제도가 없는 국가에서 장기체류자격을 획득하면 병역 연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모나코 구단의 소유주인 왕실에서 장기체류자격을 부여하며 날개를 달아줬던 것이다.
그러나 박주영이 병역연기를 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된 것은 아스널과 모나코의 계약 관계 때문이었다. 박주영측 법률 대리인 관계자는 "당시 아스널은 물론 릴과의 협상 문제가 걸려 있었다. 아스널이 최근까지 모나코와 이적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이제는 계약 문제가 완료됐고 이적료 문제도 풀려 이 같은 병역 연기 사실을 공개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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