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 치열했던 70여일의 시간을 뒤로 하고 막을 내렸다.
'해품달' 마지막회가 기록한 자체최고시청률 42.2%가 말해주듯, 드라마는 마지막까지 뜨거웠다. 탄탄한 원작부터 생생한 캐릭터, 배우들의 호연까지 드라마의 인기요인을 꼽자면 끝이 없지만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했던 숨은 공신은 진수완 작가다.
원작을 드라마로 각색하는 것은 '못해도 본전'이라고 할 만큼 쉬운 작업이 아니다. 원작과의 비교에, 캐스팅 논란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해품달'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굳이 꼽자면 '해품달'은 후자 때문에 진통을 겪었다. 배우들의 호연에 대한 호평도 쏟아졌지만 드라마는 미스 캐스팅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진수완 작가가 드라마 캐릭터와 캐스팅,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캐스팅을 둘러싸고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캐스팅에 대한 만족도는.
"캐스팅이 되고 난 뒤부터는 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른 경우의 수는 생각을 안한다. 물론 불만과 만족이 다 있겠지만 다른 경우의 수를 생각하면 만족감도 희석되고 불만은 극대화 되더라. 그래서 의지적으로 다른 경우의 수는 생각하지 않는다. 예전에 왕가위 감독이 '작품도 사주팔자를 타고난다'는 이야기를 한 것처럼 캐스팅은 운명이다. 더 좋은 배우도 많고 더 대박날 배우도 많지만 우리 드라마를 하게 된 것은 운명이다. 다만 맨처음 아역 배우들이 너무 잘해주면서 성인 배우들이 긴장을 했는지 초반에 힘이 들어갔다. 그 때 잠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는데 곧 톤 조절을 하면서 안정감 있게 하더라. 저 역시 아역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대본을 집필할 때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쳤다."
-김수현이 캐스팅 1순위였다고 하던데.
"20대와 30대를 열어놓고 캐스팅을 진행했다. 연우와 훤을 먼저 캐스팅 해야 나머지 캐스팅이 진행될 수 있었다. 훤 역에 몇몇 분들이 물망에 올랐지만 김수현은 가장 최적화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도 잘했고, 사극을 안해봤기 때문에 신선함도 있었다. 20대 배우 중에서 1순위였다."
-김수현이 '해품달'을 하고 난 뒤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렇게 될 줄 알았나.
"작업실에만 있어서 김수현이 얼마나 떴는지 모르겠다(웃음). 모 포털사이트를 들어갔는데 김수현이 곤룡포를 입고 피자 광고를 하는 모습을 보고 인기를 체감했다.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 배우들이 군대도 많이 갔고, 치고 올라와야 하는데 배우들이 별로 없다. 여자 배우도 없지만 특히 남자 배우는 층이 얇다."
-너무 김수현 칭찬만 했다. 한가인의 캐스팅과 연기에 대한 생각은.
"한가인은 연우의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마녀사냥을 당한 것 같아서 마음이 안 좋았다. 캐스팅 진행 상황에서 일면식을 가진 적이 있는데 아름다운 배우였다. 우리 연우는 총명함과 아름다움이 다 있어야 한다. 한가인은 두가지를 다 갖고 있는 배우였다. 아름다움보다 총명한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고 실제로 영리했다. 원작의 연우가 정적이고 서늘하고 도도한 이미지라면 드라마의 연우는 억센 상황에 많이 놓이는데 한가인의 연우는 고고함이 있었다. 시대적 특성상 연우는 어느 정도 수동적인 캐릭터인데 한가인이 하면 똘똘한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적어도 민폐 캐릭터로 안 비춰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도 그 억센 상황에서 봤을 때도 밑바닥 인생 같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한가인이 일부 네티즌들에게 국어책 대사와 표정 연기로 지적 받기도 했다.
"한가인이 13, 14부를 이끌었다. '나는 왜 죽었는가' 하는 것이 연우의 스토리였고 15, 16부가 양명의 스토리였다. 13, 14부에서 한가인이 대사를 많이 할 수밖에 없었고 핏빛 전조로 들어가는 15, 16부에는 정일우나 김수현의 대사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연우는 관찰자적 입장이 돼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사를 일부러 줄인 건 아니었다."
-'해품달'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겠냐고 대답하는 것은 너무 진부한가(웃음). 형선에게 애착이 많이 갔다. 우리 드라마의 인물들은 운명에 많이 물려있고 슬픔과 비장함에 젖어있다. 형선이를 설정할 때는 완성형 캐릭터가 많으니 빈틈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극이 너무 비장하게 흐를 때마다 숨통을 틔어주자는 생각을 하고 만들었고, 형선을 연기한 정은표 씨가 너무 잘해줘서 애착이 간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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