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시장성이 좋은 수도권을 제외한 팀들 중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성장중인 전북 현대는 늘 고민에 사로잡혀 있다. 전북의 K리그 명문 클럽 정착을 위해서는 확실한 고정팬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광역연고 팀이라 마케팅해야 할 곳도 넓다.
전북 구단은 여성팬과 어린이팬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홈 경기 관중이 가장 많이 몰리는 동편 광장에는 페이스 페인팅, 네일 아트 등 조금이라도 흥미를 끄는 행사들을 연계해 경기 관람으로 이어지도록 유혹하고 있다.
선수들의 연봉에서 1%를 기부해 산간벽지 초등학생들을 초청해 관람 기회도 제공한다. 한 번의 프로축구 경기 관람이 강한 인상을 남겨 일생의 팬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여고생들을 에스코트걸로 선발하는 것은 사춘기 시절 프로 선수와의 추억을 남기고 연고지 팀을 사랑하는 애향심까지 유발하는 효과를 노린다.
전북의 이런 끝없는 노력은 지난해 5월 가나와의 A매치 전주월드컵구장 유치를 시작으로 서서히 꽃을 피웠다. 1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12월 K리그 챔피언결정전, 올 2월 우즈베키스탄과 A매치 등 빅 경기 유치 및 개최라는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네 경기에 모인 관중수가 평균 3만5천명이나 됐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물 흐르듯 이어지기 위해서는 구단의 노력과 함께 관련 단체의 협조가 필수다. 특히 경기장 관리 주체와의 찰떡 호흡이 중요하다.
전북의 홈 전주월드컵경기장은 2002 한일월드컵을 위해 지어졌다. 4만2천여 석 규모의 경기장은 국제축구연맹(FIFA) 기준에 맞춰 설계돼 관중 그러모으기가 어려운 K리그의 현실에서는 너무나 컸다.
그러나 지역으로 녹아들기 위한 구단의 발 빠른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고 지난해 전북의 평균 관중은 1만5천82명으로 FC서울, 수원 삼성에 이어 전체 3위라는 놀라운 성과로 이어졌다.
지속적 구장 관리를 위해 전북은 경기장 운영 주체인 전주시 시설관리공단과의 협조 체계를 구축했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본부석을 제외한 나머지 세 방향의 관중석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관리요원을 배치해 이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당초 철망을 모두 철거하려 했지만 2억원이나 드는 비용의 조달 방법을 찾지 못해 당분간은 인력 배치로 대신한다.
본부석 양쪽 벤치는 서울월드컵경기장처럼 홈을 파 높이를 낮출 예정이다. 이미 전주시로부터 일정한 예산을 확보했다. 실현만 된다면 장기적으로 벤치 지붕으로 가려졌던 시야 방해석이 살아나면서 비싼 티켓을 더 많이 팔 수 있는 이득으로 이어진다. 관람객들의 관람 여건이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례적인 행보도 이어갔다. 전북은 21일 일본 지바현 가시와시 히타치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인 2012 AFC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리그 2차전에 관리공단 월드컵운영팀의 이덕화(36) 주임을 데려왔다.
일반적으로 구단의 해외 원정 때는 선수단만 움직이지만 전북은 일체의 경비를 부담해 이 주임을 동행시켰다. 선진화된 리그의 경기장 운영 비법을 보고 배우라는 과제를 붙였다.
이철근 전북 단장은 "유럽 빅리그처럼 경기장 관리 주체가 구단이 아니니 협력 관계를 더 잘 구축해야 한다"라고 동행한 이 주임이 일본의 경기장 운영 시스템을 눈에 넣기를 바랐다.
재난안전, 토목 등 시설물 관리 책임을 지고 있는 이 주임도 "우리 경기장은 개선, 보수해야 할 곳이 꽤 있다.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서 가시와가 어떻게 구장을 운영하는지 꼼꼼히 볼 것이다"라고 의욕을 드러냈다.
이 주임은 19일 가시와에 도착하자마자 옛 홈구장인 가시와노하 스타디움의 관리 실태를 적극적으로 확인하며 공부에 들어갔다. 20일에는 가시와의 홈구장인 히타치 스타디움도 둘러볼 예정이다. 구단의 노력이 왜 필요한지 알려주는 한 사례다.
조이뉴스24 /가시와(일본)=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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