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역시 김병현이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김시진 넥센 감독이 김병현의 등판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혹시 모를 부상과 팬들의 기대에 찬 시선까지 모두 고려해 등판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김병현의 첫 등판 예정일이 오는 30일 사직 롯데와 시범경기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30일까지 몸 상태가 괜찮다면 올릴 수 있겠지만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조금이라도 의심된다면 30일 올리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나는 (김)병현이를 30일에 올리겠다고 말한 적 없다. 선발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던데, 아직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김병현은 지난 21일 네 번째 라이브 피칭을 했다. 이날 김 감독은 긍정적인 평가를 하지 않았다. 김병현도 "몸이 무겁다"면서 자신의 피칭에 만족스러워하지 않았다.
보통 투수들이 두세 번의 라이브피칭을 거친 뒤 실전에 투입되지만, 김병현은 예외다. 약 6개월 동안 마운드에 서지 않았던 김병현의 공백기와 회복 능력 등이 고려된 판단이다. 김 감독은 "김병현을 등판시키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을 던진 뒤 피로하다는 것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쉽게 올렸다가 부상이라도 당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 계획이 모두 물거품이 된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거의 국내 복귀에 쏠린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마음먹은 이유다. 김 감독은 "나는 김병현을 감추고 싶다. 잘 만들어 팬들 앞에 내놨을 때 '역시 김병현이다'라는 말을 듣게 하고 싶다"고 감독으로서의 바람을 전했다.
박찬호(한화)와의 비교도 피할 수 없다. 김병현과 박찬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나란히 국내 무대로 돌아왔다. 박찬호는 이미 두 차례 실전 등판해 구위를 점검했다. 지난 14일 SK와의 연습경기서 2.2이닝 동안 4실점을 기록했고, 21일 롯데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3.1이닝 4실점으로 다소 실망스러운 피칭 내용을 보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둘의 비교를 거부했다. "박찬호의 투구를 보지 못했고, 그건 한화의 문제"라고 잘라 말한 김 감독은 "박찬호와는 별개로, 나는 예전부터 김병현의 등판 일정을 조심스럽게 점쳤다.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도 쓸 수 있다. 그러나 쉽게 하고 싶지는 않다. 메이저리거다운 모습을 만든 뒤 내보내겠다"고 강조했다.
만약 30일 등판 후 몸 상태에 이상이 없다면 김병현은 4월 2군 경기에 등판해 실전 감각을 키우게 된다. 약 3∼4경기 등판 후 4월 말이나 5월 초가 김병현의 1군 합류 예상 시기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는 김병현의 몸 상태가 정상이라는 전제가 따른다. 김 감독은 거듭 "아무 문제가 없다면 그 시기가 예상된다. 그렇지 않다면 6월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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