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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숙]이종범, 그는 스페어가 될 수 없었다


[한상숙기자] 이종범은 명예로운 퇴장을 택했다. 프로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그는 자신이 '스페어(여분)'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프로야구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이종범이 은퇴했다. 누구도 이종범의 이런 마지막을 예상하지 못했다. 1993년 전신인 해태서 데뷔한 그는 통산 1천706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9푼7리, 1천797안타 194홈런 510도루 730타점 1천100득점을 기록하며 한국 프로야구의 레전드로 군림했다.

그러나 현실이 발목을 잡았다. 이종범은 개막 로스터 확정을 앞둔 코칭스태프의 고민거리였다. 이종범이 합류한다면 유망주 한 명이 빠져야 한다. 반면 이종범이 로스터에서 제외된다면 큰 이슈를 불러올 게 분명했다. 결국 구단은 이종범 대신 젊은 선수를 기용하기로 했다. 야수 로스터 14명 안에 이종범이 설 자리는 없었다.

이순철 수석코치가 이종범을 직접 만났다. 마주 앉은 두 사람은 두 시간 반 동안 소주잔을 주고받았다.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오갔다. 이 코치는 구단의 입장을 전했고, 이종범은 소주잔을 들이켰다. "팀 사정이 이렇다. 젊은 선수보다 활용도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 감독도 선수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 이종범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종범이 처음부터 전력에서 배제된 것은 아니었다. 코칭스태프는 전지훈련서 끊임없이 이종범을 체크했다. 후배들과 경쟁할 수 있는 몸 상태인지가 중요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개막 로스터에서 빠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종범에게는 충격이었다.

"네가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는 이 코치의 말에 이종범은 고민에 빠졌다. 은퇴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2군에서 전전하는 자신의 모습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결국 이종범은 구단에 은퇴 의견을 전했고, 31일 오후 7시 보도자료를 통해 이종범의 은퇴가 공식화됐다.

이 코치는 "도저히 스페어가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현역 최고령 이종범은 자신의 은퇴 시기를 고민해왔다. 선동열 감독이 부임하면서 이종범의 은퇴 시기가 재조명되기도 했다. 그러나 시즌을 앞두고 현역 연장에 뜻을 모았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해왔다. 시즌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전해진 이종범의 은퇴 소식은 그래서 더 충격적이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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