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아들 치영이에게
사랑하는 아들아. 아비(51, 임학칠)는 날마다 꿈같다. 프로 입단 후 1군 명단에 네 이름이 있는 것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네가 미국 마무리훈련이 끝나고 일본 스프링캠프도 가더라. 그리고 1군에 합류했다는 소식까지 들렸다. 설마 했는데, 개막전 로스터에도 합류했다. 정말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미디어데이에도 SK 신인 대표로 우리 아들이 나갔더구나. TV에 나오는 네 모습을 보면서 마음으로 울었다. '이제 시작이구나. 치영아, 잘 해보자' 몇 번이고 되뇌었다.
미디어데이 때 보니 정근우 선배랑 네가 제일 왜소하더라. 그런데 야구는 제일 잘하는 팀이라고 생각하니, 그 둘이야말로 진정한 '작은 거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 제대로 된 뒷바라지를 못해줘 키가 크지 않았나 자책할 때도 있다. 야구 장비 하나 못 사주고 너를 키웠다. 새 장비를 가져본 기억이 없는 내 아들. 늘 선배들이 쓰던 물건을 물려받는 모습을 보며, 그것도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너를 보면서 속이 상했다.
이제 빛이 보인다. 신인이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다. 어떤 보직으로 마운드에 서든,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나는 내 아들의 1호 팬이다.
아버지께
안녕하세요. 큰 아들 치영입니다.
제가 TV에 나올 날만 기다리시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하루빨리 마운드에 서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개막전부터 이틀 내내 대기는 했는데, 등판할 기회가 없었어요. 마음속으로 '나가기만 해봐라'하면서 벼르고 있어요. 하하. 그 정도로 몸 상태가 좋아요.
아버지가 웃는 날이 늘어난 게 기쁩니다. 시범경기 때 회사 직원들과 TV 중계로 경기를 보셨다며 기뻐하셨던 아버지의 목소리를 잊을 수 없어요. 친척들에게도 다 전화하셨다면서요. 이제야 아들 노릇을 하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이제 더는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오히려 제가 죄송하죠.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더 야구에 몰두했는지도 몰라요. 장학금을 받으려면 내가 야구를 잘해야 하니까. 시작은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 드리기 위해서였는데, 결과는 더 좋아졌네요.
대학교 4학년 때가 기억나요. 제 실력도 점점 떨어지고, 부모님께 실망 끼쳐 드린 일도 많았어요. 고려대와 국가대표서 에이스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신인 지명에서 전체 67번으로 입단해 충격이 컸어요. 입대까지 고민했을 정도니까요.
그 때 아버지께서 해준 말씀이 생각나요. "실력보다 운이 앞선 친구도 있을 것이다. 네가 그들을 실력으로 이겨라." 그리고 저는 임치영이라는 이름 하나로 1군 무대에 서 있습니다.
아버지, 저는 자신 있는 투수가 되고 싶어요. 누구를 만나도 피하지 않을게요. 그게 아버지가 제게 가르쳐주신 '야구'이기도 합니다. 더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합니다. 지켜봐 주세요.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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