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 '신들린 수비'에도…SK, 롯데에 잡혀 연승 스톱

[석명기자] 롯데가 SK의 연승을 멈춰세웠다. 2위와 1위의 대결에서 2위 롯데가 이긴 것이다.

롯데는 17일 사직구장에서 SK를 맞아 홍성흔의 투런 포함 3타점 활약과 선발 유먼의 7.1이닝 2실점(무자책) 호투에 힘입어 3-2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롯데는 연승으로 5승1무2패가 됐고, 3연승 행진을 마감한 SK는 6승2패를 기록했다.

이 경기 롯데 승리의 주역은 4번타자 홍성흔이었다. 홍성흔은 0-2로 끌려가던 4회말 SK 선발 이영욱으로부터 동점 투런홈런을 터뜨렸고, 6회말 무사 1, 3루에서는 2루땅볼 타점으로 역전 결승점을 뽑아냈다.

또 유먼은 1회 자신의 수비실책이 빌미가 돼 2실점하긴 했으나 이후 8회초 1사까지 추가실점 없이 버텨 승리에 든든한 발판을 놓았다. 시즌 두 경기 등판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되며 롯데 마운드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패한 SK로선 정근우의 잇따른 호수비가 빛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정근우의 호수비 퍼레이드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나왔다.

2점씩 주고받아 팽팽히 맞서던 5회말, 롯데가 리드하는 점수를 뽑을 찬스를 맞았다. 2사 3루에서 김주찬이 친 타구는 투수 옆으로 빠져 중견수 쪽으로 향하는 완연한 안타성 타구. 하지만 어느새 달려온 SK 2루수 정근우가 이 공을 몸을 날려 건져냈다. 그리곤 곧바로 일어나 정확한 1루 송구로 발빠른 타자주자 김주찬을 잡아냈다. 김주찬으로선 안타와 타점을 모두 도둑맞는 심정이었다.

롯데는 6회말 한 점을 내 역전 점수를 뽑긴 했지만 이 때도 정근우의 수비는 빛났다. 연속 안타로 무사 1, 3루 기회를 잡은 롯데. 타석에는 앞선 4회말 동점 투런홈런을 날렸던 홍성흔이 들어섰다. 홍성흔은 욕심 내지 않고 SK 두번째 투수 이재영의 공을 밀어쳤고, 1-2루간을 가르는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그러나 역시 정근우였다. 부지런히 쫓아가 타구를 글러브에 담은 정근우는 달려가는 탄력에도 중심을 잃지 않고 한 바퀴 돈 다음 깔끔한 1루 송구로 홍성흔을 아웃시켰다. 물론 이 때 롯데는 3루주자가 홈인해 한 점을 냈지만, 무사 1, 2루가 될 수 있는 상황을 정근우가 1사 2루로 막았다.

롯데는 계속해서 연속 사사구로 1사 만루 찬스를 이어갔다. 황재균이 바뀐 투수 엄정욱의 초구를 친 것이 2루쪽 내야 높이 뜬공이 됐다. 심판진은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했다.

여기서 정근우가 플라이 타구를 잡다 놓쳤다. 의도된 바는 아니었겠지만, 이미 인필드 플라이 선언이 된 상황이라 실책은 아니었다. 그런데 롯데 주자들이 착각을 한 듯 정근우가 볼을 놓치는 것을 보고 전부 스타트를 끊었고, 침착함을 잃지 않은 정근우는 볼을 주워 재빠르고 정확한 홈 송구로 3루주자 박종윤을 잡아냈다. 순식간에 투아웃이 보태져 이닝 교대. 롯데로선 땅을 칠 노릇이었다.

하지만 정근우의 이런 멋진 수비로도 1위와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 집중력을 발휘한 롯데에 밀리며 SK는 연승을 멈춰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