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프로 첫 등판의 소감을 밝힌 윤명준(23, 두산)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광주동성고-고려대를 거쳐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전체 6번으로 두산에 1라운드 지명된 우완 정통파 투수 윤명준은 140km대 중반의 묵직한 직구와 다양한 변화구를 보유해 최고의 투수로 각광을 받은 유망주. 하지만 지난해 11월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참가한 이후 오른 발목 수술로 그동안 재활군에서 생활해왔다.
재활을 마친 윤명준은 지난 24일 이천구장에서 열린 퓨처스리그(2군) 경기 삼성전에 선발 등판, 3이닝 동안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볼 스피드 그런 건 아예 기대도 하지 않았어요. 일단 경기를 뛰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얼마나 마운드에 서고 싶었는지 몰라요. 걷고 뛰는 것만 못했을 뿐이지 팔은 아무 이상 없으니까, 앞으로 이틀에 한 번 정도는 계속 등판해 빨리 감을 되찾고 싶어요."
특히 김진욱 감독은 직접 이천까지 찾아가 윤명준의 피칭 모습을 지켜봐 눈길을 모았다. 단지 1라운드 지명 선수이기 때문이 아닌, 장차 팀 1군 전력에 힘을 보탤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선수라는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저 보시려고 감독님이 오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갑자기 긴장되네요.(웃음) 주자 없는 상태에서 맘 편히 던지라고 선발 등판 시켜주셨거든요. 아직 몸이 다 올라오진 않아 만족할 만큼은 아니지만 감은 괜찮았던 거 같아요."
경기는 두산이 3회 오장훈(지명타자)이 삼성 선발 정인욱(우완)에게 투런포를 쏘아올리며 기선제압을 한 끝에 4-0 완승을 거뒀다. 윤명준에 이어 등판한 진야곱(좌완)이 승을 챙겼다.
이 날 10명의 삼성 타자를 상대했던 윤명준은 구자욱(3루수)과 김영훈(유격수) 두 신인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했다.
"청소년대표 때 (윤)명준이 형 볼을 쳐본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때보단 구위가 좀 떨어지는 거 같았어요." 첫 안타를 뽑아낸 구자욱은 이전만 못했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반면 고려대에서 4년 내내 한솥밥을 먹은 김영훈은 '역시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긴 시간 피칭을 하지 못했는데도 그 정도를 던진다는 건 (윤)명준이가 아니면 불가능할 겁니다. 재활하면서 살이 많이 찐 거 같았어요.(웃음) 4년 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그 친구의 모든 걸 잘 알고 있거든요. 같은 야구인으로서 정말 대단하다 싶을 정도로 최고죠. 앞으로 잘 할 겁니다."
대학 4년 동안 14승 5패 평균자책점 1.74(191.2이닝) 탈삼진 216개를 기록하는 등 최고의 우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윤명준은 1라운드 지명 선수임에도 그동안 대외적인 활동은 물론이고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는 점에 적잖은 마음고생을 해왔다. 특히 선발승을 따내는 등 발군의 실력을 펼치고 있는 동기 임치영(SK, 사이드암)의 활약상을 지켜보며 내심 부러움을 느끼면서도 자신도 하루 빨리 팀에 팀에 보탬이 돼야겠다는 마음을 다지게 되었다고 털어놨다.
윤명준은 당분간 2군 경기에서 중간계투로 나서 볼 개수를 늘리며 실전감각을 되찾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등판 결과에 따라 1군진입 시기가 정해질 전망이다.
조이뉴스24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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