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SK 박재홍에게서 초탈의 기운이 느껴졌다. "마지막을 생각하는 사람은 오히려 여유로워진다." 욕심을 내려놓은 박재홍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그라운드에 섰다.
박재홍은 27일 1군에 합류했다. 올 시즌 첫 1군 합류이며, 기간으로 따지면 약 7개월 만의 1군 복귀였다. "2군은 문학구장 그라운드에서 연습을 할 수 없다." 문학구장 잔디를 밟은 그의 감회는 남달랐다.
박재홍은 일본 스프링캠프에도 합류하지 못했다. 지난해 9월 경기 도중 당한 어깨 부상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박재홍은 국내 잔류 선수들과 속초에서 시즌을 준비했다.
날짜도 정확하게 기억했다. 박재홍은 "(다친 날짜가) 9월 28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7개월 만에 처음으로 문학 구장에 서본다"고 말했다. 당시 오른쪽 어깨 승모근 미세손상이라는 판정을 받고 1군 로스터에서 제외된 박재홍은 그대로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27일 삼성과의 경기를 앞두고 박재홍은 "오늘은 꼭 이겨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이유가 분명했던 콜업이었다. SK는 4연패에 빠져 있었다. 이만수 감독은 "연패 때는 고참들이 나서야 한다"며 박재홍을 1군으로 불렀고, 또 다른 베테랑 이호준을 4번에 배치했다.
그리고 박재홍은 복귀전서 2안타를 때려냈다. SK가 대거 5득점을 올려 승기를 잡았던 2회말, 박재홍은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를 때린 뒤 후속타로 홈을 밟아 득점까지 올렸다.
8회말 1사 후에는 안지만의 143㎞ 높은 직구를 잘 노려쳐 좌측 라인 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를 날렸다. 임무를 다한 박재홍은 대주자 김재현으로 교체됐다. 이후 김재현은 최윤석의 적시타 때 홈으로 들어와 7-4를 만들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 후 박재홍은 "다행히 1군 투수들 공이 생각보다 잘 보인다"며 안도했다.
전지훈련 때부터 최상의 컨디션을 이어가던 박재홍은 최근 종아리 통증 등을 겪으며 다시 내림세를 보였다. 박재홍은 "저번 주까지만 해도 몸이 썩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당당히 제 몫을 해냈다. 그리고는 "내가 지금 몸 상태 운운할 처지인가요"라며 활짝 웃었다.
박재홍은 "더는 잃을 게 없다"고 했다. 한때 은퇴 기로에 섰던 박재홍. 그가 위기에 처한 팀을 구해내며 베테랑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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