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어린왕자' 구자철(23, 아우크스부르크)의 올 시즌은 롤러코스터 같았다.
구자철은 지난 5일 오후(한국시간)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SGL 아레나에서 열린 2011~2012 독일 분데스리가 34라운드 함부르크SV와 시즌 최종전에서 전반 34분 헤딩으로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1-0 승리의 주역이 됐다.
지난해 1월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5골을 넣으며 볼프스부르크에 입단한 구자철은 올 1월까지 22경기에 출전한 것이 전부였다. 그중 10경기가 선발이었고 2도움이 전부였다. 두 시즌을 걸친 기록이었다.
사실 구자철의 독일 적응은 난관중의 난관이었다. 볼프스부르크 입성 당시 구자철은 2010 K리그 시즌 종료 후 2011 아시안컵을 소화해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엉망인 상태로 한 시즌을 보냈고 여름 휴식기 A대표팀 차출로 제 컨디션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풀타임을 소화한 기억도 없다. 펠릭스 마가트 감독이 구자철을 제멋대로 기용한데다 의사소통마저 제대로 되지 않아 힘든 시간을 보냈다. 다른 팀에서 임대 요구가 왔지만 요지 부동이었다. 때문에 겨울 이적 시장이 문 닫기 직전에 구자철의 임대가 확정된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새로 임대된 아우크스부르크는 지난 시즌 19승8무7패로 2부리그 2위를 차지하며 1부리그에 올라왔다. 하지만, 초년병의 티를 내며 구자철 입단 전까지 3승7무9패에 강등권인 17위에 머무르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구자철은 아우크스부르크의 유니폼을 입은 지 나흘 만인 지난 2월 5일 호펜하임전에 교체로 출전했다. 이후 요스 루후카이 감독은 구자철을 중용했고 프리롤 형태의 임무를 맡겼다.
결과는 확실했다. 구자철 합류와 함께 아우크스부르크는 5승7무3패의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14위로 1부리그 잔류에도 성공했다. 그야말로 복덩이였다. 단조로운 공격을 구사하던 아우스크부르크도 구자철을 거쳐가며 짧은 패스를 구사하는 팀으로 전환했다. 구자철 한 명의 합류로 팀 경기 스타일이 바뀐 것이다.
구자철 스스로도 가치를 끌어올렸다. 지난 2월 18일 레버쿠젠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리며 이름을 알렸고 바이에른 뮌헨전에서도 골맛을 보며 독일 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5골1도움을 해내며 강등권 탈출의 1등 공신이 됐다. 골을 터뜨리는 과정도 훌륭했다. 한 박자 빠른 패스와 슈팅 타이밍, 위치 선정 등 모든 요소들이 조화를 이뤘다.
남은 것은 구자철 스스로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다. 원소속팀 볼프스부르크로 돌아가 일단 숨을 죽인다. 구자철은 입단 당시 3년 6개월의 계약을 맺었다. 아직 2년이나 볼프스부르크 소속으로 뛰어야 한다. 그래도 임대를 통해 가치가 오른 만큼 어떤 운명이 펼쳐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올 여름 이적 시장 구자철의 행보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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